GM대우 임직원들은 지금도 윈스톰의 성공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말을 하곤 한다.
3년여에 걸친 연구·개발과 면밀한 시장조사를 거쳐 내놓은 신차였지만 GM대우가 처음 만드는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이었던 데다 디젤차량을 내놓는 것도 처음이었기 때문에 출시 당시에는 성공을 자신할 수 없었다.
게다가 윈스톰이 도전하는 2000cc급 SUV 시장은 현대자동차 투싼과 기아자동차 스포티지가 양분하고 있었고 경유값 인상과 내수 침체 등으로 인해 SUV 시장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그러나 윈스톰은 출시 첫달인 지난해 7월 2916대가 팔리며 투싼과 스포티지를 제치고 소형 SUV 부문 1위에 등극, 모든 우려를 씻어버렸다.
이후 10개월간 윈스톰은 2만5000대가 넘게 팔리며 GM대우의 대표 차종으로 자리잡았다.
이 같은 윈스톰의 성공에 대해 GM대우 관계자들은 주저 없이 '소비자 밀착 경영'을 그 비결로 꼽는다.
GM대우는 윈스톰이 품질에서는 경쟁 차량에 뒤지지 않는다고 믿었다.
문제는 소비자 인식이었다.
SUV 부문의 후발주자였던 데다 과거 대우차 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온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편견을 깨뜨리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GM대우는 고객에게 직접 윈스톰을 경험하고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판단, 출시와 동시에 대대적인 고객 시승 행사를 진행했다.
GM대우는 시승차 500대를 전국 영업소와 대리점에 배치하고 시승 고객 중 일부에게는 추첨을 통해 해외에서 윈스톰을 타 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또 자동차 동호회원을 중심으로 100명을 선정,2개월간 시승차를 제공하고 성능과 품질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는 '윈스톰 파이오니아 클럽'을 운영했다.
윈스톰의 최상위 트림에만 적용되던 차체자세제어장치(ESP)와 블랙 인테리어 컬러를 최근 모든 트림으로 확대 적용한 것도 윈스톰 파이오니아 클럽 회원들의 의견에 따른 것이다.
GM대우 관계자는 "시승을 해 본 소비자들로부터 퍼져나간 입소문이 윈스톰의 초기 붐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윈스톰의 사이드미러가 다른 차량에 비해 큰 것은 여성 운전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다.
남성에 비해 키가 작은 여성들이 차체가 높은 SUV에 탈 경우에는 사각이 많이 생겨 사이드 미러가 커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편의성을 반영하듯 윈스톰의 여성 고객 비중은 지난해 7월 14.3%에서 꾸준히 상승, 지난 3월에는 23.4%로 높아졌다.
지난해 11월부터 시행한 중고차 보장할부제도 소비자 조사를 통해 시작됐다.
경쟁 차량에 비해 비싸다거나 중고차 가격이 낮다는 소비자 불만이 제기되면서 출시 3개월째부터 판매량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
GM대우는 3년간 차값의 50%만 할부로 내면 나머지 50%를 중고차 가격으로 보장해 주는 중고차 보장할부제를 실시해 초기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품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GM대우는 고객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차량 판매를 위탁하고 있는 대우자동차판매와 제품 개발 및 AS 관련 회의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제품 개발은 GM대우가 하고 있지만 일선에서 고객을 대하고 고객의 의견을 직접 듣는 것은 대우차판매이기 때문이다.
대우차판매의 영업사원들은 현장에서 고객들로부터 제기된 각종 불만사항들을 내부 통신망을 통해 건의,개선책을 이끌어낸다.
GM대우는 향후 동호회원은 물론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시승행사 등 체험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받고 품질과 성능을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사후 품질관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제품 개발 단계부터 고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고 소비자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