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약세와 각종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영업이 위축되자 은행들이 공무원과 군인 등 샐러리맨 신용대출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사실상 공무원의 퇴직금을 담보로 대출할 경우 위험성이 없기 때문에 금리를 깎아주고 한도를 올리는 등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은행들은 공무원과 군인들에게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더 낮은 금리를 제시하며 공무원 및 군인 관련 대출액을 늘리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은 지난달부터 9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공무원 우대 대출 상품인 '공무원 가계자금대출'을 양도성예금증서(CD)에 1.0~1.3% 포인트 얹은 금리로 판매하고 있다.

예전에 비해 0.2% 포인트 낮은 대출 금리를 적용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출 금리가 연 5.98~6.28%(4월30일 기준)로 떨어져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연 6.18%)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대출을 받는 공무원들은 퇴직 시 퇴직금을 농협에 이체한다는 계약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이 대출은 신용대출과 담보대출의 중간 성격을 띠고 있다.

농협을 비롯한 14개 시중은행들은 공무원연금관리공단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공무원 우대 대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 농협과 국민은행,우리은행 등 세 곳이 공무원 우대 대출액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농협이 공무원 우대 대출 금리를 인하하자 우리은행도 금리를 내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재상 우리은행 R&D팀 과장은 "아직까지 금리 인하 폭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공무원 우대 대출 상품의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과장은 또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일반 신용대출 한도도 늘려 퇴직금의 절반까지 대출해줄 수 있는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은행은 공무원 대출보다 군인 우대 대출 상품 마케팅에 더 적극적이다.

국민은행은 올해부터 5년 이상 복무한 중사 이상의 현역 군인을 대상으로 한 대출 상품인 '군인생활안정자금대출'의 금리 우대 조건을 신설했다.

공무원 우대 대출 상품과 유사하게 신용카드 사용액과 거래실적에 따라 최고 0.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주기로 한 것.

은행들이 이처럼 공무원과 군인 우대 대출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는 것은 비교적 대출 위험이 적은데다 공무원 증가로 대출 수요가 계속 커질 것이란 판단에 따른 영업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대출과 함께 단골 고객을 확보함으로써 영업기반을 확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들 간 자존심을 건 유치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상선 농협 차장은 "직장인 신용대출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해 온 은행들이 공무원과 군인을 대상으로 유치전을 벌이는 양상이다"며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만큼 대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