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미국 역사상 최대의 허리케인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비롯한 미국 남부지역을 강타했다.

1500명이 숨지고 피해액도 3500억달러에 달했다.

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보험금만도 600억달러로 추산됐다.

그러나 손해보험사들이 큰 타격을 입지 않은 반면 무관해 보이던 헤지펀드들의 파산이 잇따랐다.

보험사들은 재보험에 가입하거나 날씨파생상품을 통해 위험을 분산시킨 반면 헤지펀드들은 날씨파생상품에 투자해 보험사의 리스크를 떠안았기 때문이다.

금융 규제가 많지 않은 미국에서는 이처럼 우리에게는 낯선 형태의 다양한 파생상품이 존재한다.

희소성이 있고 지수화가 가능하면 뭐든지 파생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자본시장통합법(가칭)이 통과되면 외국처럼 다양한 형태의 파생상품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통합법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금융투자상품에 포괄주의를 도입한 것이다.

즉 명칭과 형태를 불문하고 원본 손실 가능성이 있는 모든 금융상품을 금융투자상품으로 정의하고 금융투자회사가 이 상품을 취급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에 대한 제한을 없앤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상품화가 가능한 파생상품으로 부동산과 날씨를 꼽는다.

미국 시카고선물거래소에는 날씨파생상품이 상장돼 있다.

이 상품은 공항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14개 도시의 기온을 지수화한 것이다.

미국의 날씨 관련 파생상품 시장 규모는 수천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동산지수 파생상품도 수년 내에 국내에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수화하기 쉬운 데다 투자를 원하는 기업들도 많기 때문이다.

현재 부동산지수 파생상품은 미국 시카고선물거래소가 지난해 6월에,홍콩거래소가 지난 3월에 각각 도입했으며 비교적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한편 증권선물거래소는 올해 하반기에 개별주식 선물,돈육 선물,10년 국고채 선물 등을 새로 상장시킬 예정이어서 파생상품은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개별주식 선물의 경우 삼성전자 등 우량 상장회사 10여개의 주가를 선물로 거래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파생상품이 도입되면 현물 거래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에 거래가 더욱 활발해지고 위험성은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파생상품 자체의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코스피200 옵션처럼 일반인들의 투기적 수요를 부추길 가능성도 크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파생상품은 점차 구조가 복잡해지고 있어 일반인들이 투자하기에는 부적합한 경우가 많다"며 "투기적 수요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리스크에 대해서는 정확히 인식을 하고 투자하도록 투자자 보호장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