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참에 아예 집을 팔고 조용한 곳으로 이사나 갈까 봐요."

경기도 과천 주공 8단지 주민인 주부 이모씨(42)는 30일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올해 주택 공시가격에서 과천의 공시가격이 49.2% 올라 전국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자 "공시가격을 올 1월 1일 기준으로 산정했다지만 집값이 지난해보다 2억원이나 떨어졌는데 너무한 것 아니냐"며 울화통을 터뜨렸다.

이씨는 "집값을 올려놓고 주민들을 투기꾼으로 취급하던 정부가 이제 집값이 떨어지니까 본체만체하고 있다"면서 "대선이 있는 올해 말에 '두고 보자'고 벼르는 주민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과천이 올 공시가격 산정 결과 아파트 빌라 등 공동주택의 절반을 넘는 54.5%가 종합부동산세 납부 대상인 것으로 나타나자 주민들 사이에 정부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아파트 단지 곳곳에는 정부의 종부세 부과 방침을 비난하는 현수막이 걸렸고,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정부가 발표한 공시가격에 불만을 토로하기 위해 찾아온 주민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일부 아파트 주민들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까지 준비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설 움직임까지 보였다.

◆일부 단지는 긴급회의 열어

과천 주공 11단지 인근에 위치한 A공인중개사무소.과천의 한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중개업소의 대표는 "정부가 발표한 공시가격에 대한 불만으로 어제 긴급 반장회의가 열렸는데 주민들이 '16평형 아파트가 어떻게 종부세를 내야 하는 고가 주택이 될 수 있느냐'며 강하게 성토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일부 단지의 경우 18평형은 물론이고 16평형도 공시가격이 6억원을 넘어 가격 조정을 요구하는 이의 신청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주민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 제기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반발이 워낙 거세 순순히 물러서지 않을 분위기"라고 말했다.

11단지 맞은 편에 위치한 주공 8단지 입구에는 '세금 폭탄 철회하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8단지 인근 상가에 있는 B공인중개사 대표는 분위기를 묻는 기자에게 "지금 주민들이 열받아 찾아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안보이느냐"면서 "돌아 가라"며 등을 떠밀었다.

주공 8단지 입주자 대표인 김대준씨(55)는 "공시가격 발표로 어제와 오늘 관리사무소에 100통이 넘는 문의전화가 쏟아졌다"고 전했다.

그는 "집값이 많이 떨어져 이달 들어 8단지 주민 대부분인 1780명이 종부세 부과 방침에 대한 탄원서를 쓸 정도로 정부에 대한 불만이 많았는데 공시가격 발표가 나와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밝혔다.

◆급매물도 가격 더 내려야 거래

과천 주민들은 최근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는 집값이 공시가격에 반영되지 않아 억울하게 손해를 보게 생겼다고 항변하고 있다.

특히 16평형 아파트마저 종부세 납부 대상이 된 원인은 지난해 집값이 올랐기 때문인데 이는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뤄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8단지 인근의 엘리트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는 "지난주 8단지 31평형이 올초보다 1억원 이상 빠진 8억원에 매물로 나왔는데도 실제 거래는 7억3000만원에 이뤄졌다"며 "정부가 이런 시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강조했다.

과천=임도원/정호진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