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밝혀내야 할 핵심 의혹은 과연 김 회장이 폭력 행사에 가담하거나 이를 지시했는지 여부다.

김 회장이 3월 8일 밤 서울 북창동 술집에 경호원을 비롯해 체격이 건장한 남자 여러 명을 데리고 나타났던 사실과 당시 술집 종업원들이 다친 사실은 이미 확인됐다.

한화그룹 쪽은 김 회장이 북창동에 다녀 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김 회장은 폭력상황이 끝난 뒤에 합류해 화해를 주선하고 폭탄주를 돌렸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경찰이 가장 먼저 밝혀야 할 부분은 김 회장 일행의 폭력 행사 여부, 김 회장의 폭력 가담 및 지시 여부 등이다.

김 회장 아들이 다친 청담동의 술집에 김 회장이나 경호원들이 다녀갔는지도 확인해야 할 의혹 중 하나다.

일부 피해자와 목격자들은 당시 김 회장이 나타나 아들을 때렸던 술집 종업원들을 폭행했다고 주장했으나 한화 측은 "김 회장은 청담동에는 간 적이 없다"며 엇갈린 주장을 펴고 있다.

또 김 회장 일행에 의해 승합차에 태워져 시내 모처로 끌려간 뒤 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주장도 진위를 확인해야 할 대목이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 회장은 단순 폭행이나 야간 폭력에 그치지 않고 납치ㆍ감금까지 저지른 것이 돼 강도높은 사법처리가 불가피해진다.

피해자들과 상당수 목격자들이 김 회장 측으로부터 회유나 협박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도 경찰이 밝혀야 한다.

술집종업원들이 사건 직후 김 회장 일행에게 폭행당했다고 주장하다가 갑작스럽게 말을 뒤집은 점, 관련자 중 일부가 지방 등으로 잠적했던 점 등 회유나 협박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또 수사 과정에서 사건은폐 시도나 수사 지연 등 동료 경찰관들의 부적절한 처신을 파헤쳐야 하는 부담도 지게 됐다.

경찰은 3월 9일 새벽 0시 7분에 접수된 112 신고에 `가해자가 한화그룹 자녀'라는 내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초 사건 발생 후 언론 보도가 이뤄질 때까지 두 달 가까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또 한 경찰관이 사건 발생 다음날 김 회장이 북창동 술집에 왔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경찰이 초기부터 사건을 인지하고도 숨기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