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 외면하는 보육정책
"정부에선 애 낳으라고 독려하지만 막상 정부가 내놓은 보육정책 중 이용할 수 있는 정책은 거의 없네요."

정부의 육아보육 관련 예산이 지속적으로 늘고,관련 정책도 다양해지고 있지만 도시근로여성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맞벌이 부부'는 여전히 보육정책의 사각지대에 속해 있다.

정책들이 대부분 저소득층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탓이다.

육아교육정책 관련 국책연구기관인 육아정책개발센터는 27일 서울 상공회의소에서 '제1차 육아정책 세미나'를 가졌다. 이에 앞서 한국유아교육학회,한국보육정책학회 등 유아보육 단체들은 지난 26일 포럼푸른한국 주최 '무상보육·무상유아교육 정책 대토론회'에 참여해 육아·보육정책 개선안을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세미나에서 육아·보육 관련 예산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중복지출 등으로 예산집행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으며 맞벌이 가정의 육아·보육 지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의 유아교육 및 보육,농어촌 자녀 양육비 예산은 2006년 2조9529억원에 이른다. 이 중 유아교육 예산은 8860억원으로 2002년(3558억원)에 비해 2.5배 늘었고 보육예산은 2조354억원으로 2002년(4335억원)에 비해 4.7배 늘었다. 하지만 육아보육정책 관련 예산집행이 여성가족부,교육부,농림부,복지부,재경부 등으로 나눠져 있는 데다 일부 중복 및 불균등한 예산집행으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현재의 보육정책이 소득 위주로 구분돼 있어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점이 자주 지적됐다. 서울교대 곽노의 교수는 "올해부터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 가구까지 차등보육료가 지원되고 있지만 실수요자인 봉급생활자와 맞벌이 가정의 경우 적용이 거의 안되고 있다"면서 "심지어 잘사는 자영업자 전문직 가정이 벤츠타고 와서 보육료를 수령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 등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보완작업을 하고 있지만 개선 상황은 미미하다. 정부는 2010년까지 국공립 보육시설을 2배가량 늘린다는 계획이고 보육료 지원 항목과 지원 대상도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정책특성상 맞벌이 가정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급한대로 여성부는 올 4월 갑작스럽게 아이를 맡겨야 하는 상황이 생겼을 때 시간당 5000원 이하의 저렴한 가격에 지역 어른들이 아이를 돌봐주는 '아이돌봄이'사업을 시작했지만 아직 사업 초기라 전국 38개 지역의 일부 가정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린 자녀를 둔 직장여성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동작구에 거주하는 직장여성 주모씨는 "정부에선 자녀 많이 낳기를 권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맞벌이 부부들은 아이를 키우기가 너무 힘들다"며 "육아보육 시설은 턱없이 모자란 데다 정부의 보육정책도 막상 해당되는 게 없어 속상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직장 내 보육시설을 갖춘 곳이 전체 직장의 1.3%에 불과하고 직장 내 유치원이 있는 곳은 전무한 만큼 직장 보육시설을 지원하고 영·유아 통장으로 직접 입금되는 국가생활지원금 등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표갑수 청주대 교수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여성의 사회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공공보육 인프라 확충을 통한 무상보육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