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지수 13,000 시대가 열렸다.

작년 10월19일 12,000 고지를 넘어선 다우지수는 불과 6개월 만인 25일(현지시간) 13,000을 돌파했다.

11,000(1999년 5월3일)에서 12,000에 도달하기까지 7년여가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웬만하면 과열 우려가 나올법한데도 월가는 의외로 차분하다.

추가 상승 가능성을 높게 보는 전문가들이 많은 편이다.

이날 다우지수는 13,089.89로 마감돼 사상 처음으로 13,000선을 돌파했다.

미 경기 둔화가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록한 것이어서 고무적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증시의 동반상승세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란 기대감도 부풀어 오르고 있다.

다우지수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글로벌 경제의 견조한 성장세에다 사모펀드(PEF)로 대표되는 글로벌 유동성 확대 및 예상을 웃도는 기업 실적이 어우러진 결과다.

미국 경제 둔화에도 불구하고 다우지수를 구성하는 기업들이 30~40%가량 해외에서 수익을 내고 있는 것도 도움이 됐다.

여기에 달러 약세도 한몫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결과론적 분석이다.

단기적인 요인은 역시 '심리'다.

뉴욕 증시엔 '강세장은 '우려의 벽(Wall of Worry)'을 타고 오른다'는 격언이 있다.

사실 작년 하반기부터 미국 경제는 우려의 연속이었다.

작년 2분기부터 2%대로 떨어진 성장률은 올 1분기에는 1%대로 미끄러질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작년 4분기까지 14분기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던 500대 기업의 순이익 증가율은 1분기엔 한 자릿수로 둔화될 전망이다.

여기에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문과 주택경기 침체 등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시장 참가자들은 '기대수준'을 이미 낮춰 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발표되는 각종 지표가 기대보다 좋으니 심리적 안정감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관심은 역시 이런 추세가 지속될지 여부다.

현재로선 '상승세 유지'란 시각이 약간 우세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이 1500여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다우지수가 14,000대로 올라설 것이란 전망이 57%로 12,000대로 후퇴할 것이란 대답(43%)보다 많았다.

투자회사인 ISI그룹의 에드하이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RB가 하반기에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등 주변 여건이 나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상승세는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계론도 만만치 않다.

데이비드 로젠버그 메릴린치 북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60년 동안 성장률이 4분기 연속 3%를 밑돈 경우 경기 침체가 왔다"며 "위험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최근 강세를 보이는 유가와 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가능성,침체를 계속하고 있는 주택경기 등을 변수로 꼽았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