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은 24일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방위비를 더 부담하지 않으면 현재 추진되고 있는 주한미군기지의 재배치계획을 재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한국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강력히 요구했다.

벨 사령관은 또 한반도에서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 미군장비와 완전하게 통합작전을 할 수 있는 전역미사일방어(TMD)시스템을 한국이 구입, 실전배치해야 한다며 최신 패트리엇미사일인 PAC-3를 한국이 구입할 것을 주장했다.

벨 사령관은 이어 진행중인 6자 회담이 실패할 경우 북한이 오는 2010년까지 통상의 핵보유국이 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미국까지도 겨냥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개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벨 사령관은 이날 미 의회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자료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문제와 관련, 작년 말 양국이 `특별조치협정(SMA)'을 맺은 사실을 언급하며 "한미 양국이 공평하게 부담해야 하며 인건비 이외의 주둔비용을 약 50대 50으로 부담해야 공평한 수준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에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38%를 부담했고 올해 41% 정도를 부담할 예정으로, 50대 50 부담원칙에는 여전히 이르지 못하고 있다며 자금사용 제약을 압박받고 있다고 밝혔다.

벨 사령관은 "나는 전투준비태세가 위협받고, 한국에서 복무하는 주한미군 및 가족들이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면서 "한국이 더 공평한 부담을 하지 않으면, 주한미군 기지 재배치 계획 재검토를 포함해 미국 정부에게 정부회계상의 조치를 건의하도록 강요받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측은 그동안 한국측이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더 부담해야 한다고 늘 주장해왔지만, 주한미군사령관이 미군기지 재배치 계획의 재검토 등 `초강수'를 언급한 것은 아주 이례적이다.

벨 사령관은 작년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전역미사일방어(TMD)시스템의 중요성을 입증했다면서 "한국은 미국장비와 완전한 통합작전이 가능한 TMD 시스템을 구입해 배치해야만 한다"며 주한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최신형 패트리엇 미사일인 PAC-3 구매를 주장했다.

이어 벨 사령관은 "최근 법이 통과돼 주한미군의 잉여탄약 및 군장비를 한국에 판매하거나 양도할 수 있게됐다"면서 "탄약과 장비를 판매할 경우 미군의 전시비축부담을 줄이고 한국이 자주국방 능력을 달성하는 것을 고무시킬 것"이라며 의회에 주한미군의 물자와 장비를 한국에 판매토록 승인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북한의 기습공격 등에 대비하기 위해선 응징보복력과 정밀타격능력이 중요하다면서 GPS(위성항법장치)로 유도되고 사거리가 늘어난 신형 다연장로켓시스템(MLRS), 땅속 깊은 곳에 있는 견고한 전략목표를 효율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무기체계, 정밀유도폭탄, 공대지 및 공대공 미사일 등을 우선적으로 주한미군에 배치할 것을 건의했다.

이와 함께 벨 사령관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군 증원군을 신속하게 배치, 전투에 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주한미군사령부와 미 육군은 한반도에 전개될 중무장전투여단이 사용할 무기와 장비를 현재 78%에서 오는 2007년 6월까지 100% 구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벨 사령관은 북한의 핵개발과 관련해 6자회담에서 타결이 없을 경우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계속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이 7개의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50kg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벨 사령관은 북한이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국위선양과 지역에 대한 영향력 증대 및 외부 공격에 대한 억지력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는만큼 미사일 생산을 계속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지역국은 물론 미국까지도 위협할 수 있는 핵미사일 개발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이 추진중인 고농축우라늄 핵프로그램과 관련, "북한이 HEU 핵프로그램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는 증거는 드물다"면서 북한의 HEU 핵프로그램에 대해 지난 2002년 가졌던 확신이 줄어들어 `중간정도'라고 밝혔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