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의 표준 역할을 해왔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위상이 무너지고 있다.

최근 들어 WTI 가격이 브렌트유나 두바이유보다도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시장에서는 WTI를 '몰락한 표준(broken benchmark)'으로 부르고 있다.

WTI는 지난 수십 년간 석유 거래자,각국 정부,기업 등이 에너지 가격이나 비용에 대한 계획을 세울 때 기준으로 삼는 원유 지표였다.

WTI는 또 '세계 3대 유종'(WTI,브렌트유,두바이유) 가운데 가장 질이 좋은 원유로 평가받으며 그동안 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돼 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WTI가 브렌트유 가격에 밀리는 일이 자주 발생하더니 최근 들어서는 두바이유보다도 싸게 거래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24일의 경우 WTI 마감가는 배럴당 64.58달러를 기록,브렌트유(67.16달러)는 물론 두바이유(64.64달러)보다도 낮은 가격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와 관련,월스트리트저널(WSJ)은 WTI의 위상이 이처럼 맥을 못추는 가장 큰 원인은 단기 공급 초과에 있다고 분석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오클라호마주 쿠싱에 있는 WTI 저유소가 최근 초과 생산 및 정유 시설 부족 등으로 저장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면서 공급 초과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