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 지주회사 테마가 뜨고 있다.

LGGS 농심홀딩스와 같은 원조 지주회사는 물론 삼성물산 코오롱 한화 두산 금호산업 CJ SK동양메이저 등 준(準) 지주회사들도 주가가 쉼없이 뜀박질 중이다.

SK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키로 한 게 기폭제가 되면서 코오롱 한화 두산그룹 등의 경우 계열사의 턴어라운드 기대감까지 가세하며 주가가 하늘을 날고 있다.

두산의 경우 우량 자회사인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실적이 승승장구한 데 영향받아 올 들어서만 두 배 가까이 치솟았고, 한화도 대한생명 등 지분가치에다 보유 부동산 개발 기대감이 더해지며 최근 1년 새 두 배 이상 뛰었다.

코오롱도 우량 계열사인 FnC코오롱과 코오롱건설 등의 실적이 좋아지면서 올 들어 저점 대비 80% 이상 올랐다.

지주회사 주가가 뜨자 지주회사를 테마로 한 주식형펀드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장영우 UBS증권 리서치 대표는 "지주회사법 개정으로 세제 및 규제가 대폭 완화된 만큼 주요 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며 "지주회사 관련주는 단기가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투자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 과거 통계를 보면 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의 주주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지주회사 전환은 투명성과 효율성 제고 겨냥

26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06년 말 현재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기업은 모두 31개(금융지주회사 4개 포함)로 이 가운데 상장사는 모두 16군데다. 지주회사는 2004년 22개사에서 2005년 25개사, 2006년 31개사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올 들어서도 상당수 대기업들이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 중이다.

이미 지주회사 전환을 선언한 SK를 비롯해 두산 한화 코오롱 동양메이저 CJ 등이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 중이다.

기업들이 지주회사를 도입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무엇보다 경영 투명성 확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기존 그룹 체제에서는 A사가 B사 지분을 소유하고, B사는 C사, C사는 다시 A사 지분을 보유하는 형태로 돌아가며 순환 출자를 하는데 이럴 경우 한 계열사의 실적이 나쁘면 다른 계열사에도 악영향을 준다.

하지만 지주회사가 되면 지주회사→자회사로 지분구조가 명료해지며 자회사들은 같은 지주회사 우산 아래 있는 다른 자회사에 대한 출자 부담 없이 자신의 고유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그동안 수익성이 낮았던 사업을 정리하고 유망한 사업을 발굴해 사들이게 되며 지주회사는 자회사가 효율적인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지주회사 전환 후 주가 크게 올라

지주회사 도입은 일반적으로 관련 기업 주가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장영우 대표는 "지주회사로 바뀌면 자회사는 본업에만 매진할 수 있고 지주회사는 자회사를 더 잘 관리할 수 있게 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주가는 오르기 마련"이라며 "특히 지주회사가 설립되고난 후보다 설립 이전 주가가 더 강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실제 UBS가 과거 지주회사로 전환을 마친 LG와 농심 풀무원 태평양 대상 대웅 온미디어 세아홀딩스 등 8개사를 대상으로 주가 움직임을 조사한 결과 지주회사를 설립하기 전 1년간 지주회사와 자회사의 주가는 평균 45% 올라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대비 41%포인트 초과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설립 후 1년간 이들 회사의 주가는 43% 올랐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대비 초과 상승률은 9%포인트에 그쳤다.

장 대표는 "이 같은 현상은 지주회사 구조개편에 대한 기대심리가 미리 주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라며 "최근 원조 지주회사들에 비해 준 지주회사들의 주가가 초강세를 보이는 것도 이 같은 현상과 관련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향후 지주회사 전환을 앞둔 기업들의 경우 추가 상승 여지가 크다"며 SK(주) 두산 금호산업 웅진씽크빅 CJ 한화 코오롱 한솔제지 등에 관심을 가질 것을 권유했다.

물론 지주회사로의 전환이 꼭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는 것만은 아니다. 지주회사를 세워 모든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확보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또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 영역을 분할하다 보면 경쟁력 강화에 오히려 실패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게임업체인 네오위즈가 최근 지주회사 전환을 발표했지만 시장에서는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매출의 90% 이상이 게임사업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굳이 기업을 4개로 분할하고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이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 의문이라는 평가 때문이었다.

◆원조 지주회사에도 관심을

최근 들어 준지주사들의 주가가 급등 행진을 벌이면서 원조 지주사들이 상대적으로 투자자들의 관심 영역에서 비켜나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젠 상승폭이 다소 미진한 원조 지주사들로 관심을 확대할 때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주)LG와 GS홀딩스는 우량 자회사들의 실적 개선에 따른 지분법평가익 증가와 배당수익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 등으로 자체 실적이 호조를 보일 전망인 데다 준지주사들에 비해 주가도 저평가돼 있어 투자가 유망하다는 분석이다.

최용구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주)LG에 대해 "주요 자회사인 LG전자와 화학의 실적 호전에 따른 지분법평가익 증가로 올해 실적은 예상보다 좋아질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3만5000원에서 4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외국계 투자은행인 맥쿼리는 GS홀딩스에 대해 △GS칼텍스의 중질유분해시설(HOU) 가동에 따른 실적 호전 △브랜드 로열티 수입 등을 이유로 매수 투자의견에 목표주가 4만2000원을 제시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