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의 3대 외환 대국이 싱가포르 국영 투자회사 테마섹을 벤치 마킹,투자회사를 잇따라 설립하고 있다.

3개국의 외환 보유액은 2조2000억달러를 넘어 이들의 국영 투자회사 설립 붐은 국제 기업 인수·합병(M&A)과 자본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과 일본의 가세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의 총리실 산하 경제자문위,금융청(FSA)의 정책연구 그룹,자민당 등에서 싱가포르 테마섹을 모델로 한 국영 투자회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23일 보도했다.

9000억달러에 달하는 보유 외환을 더욱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인구 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감소를 높은 투자수익률로 보충하기 위해선 테마섹 같은 투자회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일본 정부는 이를 위해 세계 최대 연기금인 1조3470억달러 규모의 정부 연금투자펀드(GPIF)를 해체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GPIF의 수익률이 3%대로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인구 고령화라는 복병 때문에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고 다시 장기 침체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국영 투자회사 논의를 진전시키고 있다.

중국은 이에 앞서 국가외환투자공사(聯匯·롄후이) 설립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중국 언론들에 따르면 롄후이공사의 자산 규모는 2500억달러 정도,투자 개시는 연말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외환 보유액은 매년 2500억달러씩 늘고 있다.

중국은 외환보유액 증가로 물가 관리에 어려움이 생기고 있으며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자산 손실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적정 수준의 보유액 유지와 운용이란 측면에서 롄후이 설립을 추진해 왔다.


◆세계 시장 파급 효과

중국 롄후이공사는 에너지와 원자재,외국 기업에 장기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국무원은 세계 32개국 투자·M&A 분야를 구체적으로 적시해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는 쿠웨이트 카타르 등의 석유와 천연 가스뿐 아니라 노르웨이 볼리비아 등의 목재 자원까지 망라됐다.

국제 자금 흐름의 물줄기를 바꿀 가능성도 있다.

선진국 잉여 자금은 높은 수익을 겨냥,해외 증시와 기업에 투자되고 개도국 자금은 안전한 미국 국채에 투자되던 자금 흐름에 새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가 기간산업이란 이유로 개도국 투자를 반기지 않는 선진국 분위기와 충돌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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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 테마섹은 ]

1974년 설립된 테마섹은 통신 미디어 금융 부동산 운송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군에 투자하고 있다.

싱가포르에 자산의 44%를 투자하고 나머지를 해외에 투자하는데 주로 아시아 지역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설립 이후 연평균 수익률이 18%에 달하는 등 투자회사의 모범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