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시장의 체감 경기가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 삼성전자LG전자의 지난 1분기 국내 매출이 최근 5년래 사상 최대치를 기록,그 원인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주요 소비재 판매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가운데 유독 전자제품 수요만 1분기에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기 회복세의 신호'라는 관측도 있지만 그보다는 '전자제품 가격 급락에 따른 수요 증가'와 '쌍춘년 등 특수 호재'가 원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전자제품 가격 급락이 수요 창출"

20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지난 1분기 국내 내수 매출은 1조7000억원으로 2002년 2분기(1조7900억원) 이후 19분기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1조4500억원)에 비해 17.2%,전분기에 비해서는 23.1% 급증한 수준이다.

삼성전자도 지난 1분기 3조824억원의 내수 매출을 기록,2002년 1분기(3조2500억원) 이래 20분기 만에 최대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1분기 대비 20.3% 급증했다.

이 같은 실적에 대해 업계는 '가격 하락'에 따른 효과가 절대적이었다고 분석한다.

TV 냉장고 에어컨 등 주요 제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를 최대화하는 '스윗 스팟(Sweet spot)'에 진입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40인치 LCD TV '보르도' 가격은 지난해 1분기 330만원에서 현재 220만원으로 급락했다.

일부 40인치 제품의 경우 100만원 후반대까지 낮아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LCD TV 가격이 300만원대였던 지난해까지만 해도 지갑 열기를 두려워했던 소비자들이 100만원 후반~200만원 초반대로 가격이 내리면서 수요가 급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트북PC 판매량도 가격 하락에 따른 특수를 봤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보급형 노트북 가격은 180만~200만원대였으나 올 들어서는 130만원 밑으로 내려갔다.

지난해 3월 노트북 3만대를 팔았던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3월에는 무려 6만대나 팔았을 정도다.

휴대폰도 가격하락 효과를 누렸다.

번호 이동에 따른 가격인하 혜택 등이 주어지면서 청소년 층의 수요가 폭증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실제 LG전자는 전년 1분기 대비 36% 증가한 119만대의 휴대폰을 국내에서 판매했다.

◆쌍춘년 특수,무더위 전망도 한몫

가격 급락 외에 수요 급증을 유발한 호재도 있었다.

이른바 '쌍춘년 특수(음력으로 올 설날까지 해당)'와 '100년 만의 무더위 효과'가 전자제품 판매 급증에 일조한 것.

먼저 '쌍춘년 특수'로 결혼 건수가 급증하면서 TV와 양문형 냉장고 등 고가의 혼수가전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 결혼 건수는 911쌍으로 2005년 하루 866쌍에 비해 급증했으며 올해 2월까지도 이 같은 추세를 유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00년 만의 무더위가 올 것'이란 기상 예보도 일조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에어컨 판매량이 지난해 1분기 대비 370%가량 증가했고 LG전자도 전년 대비 300%가량 늘었다.

박세권 삼성전자 상무(국내영업사업부 마케팅 담당)는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할 때 올해 에어컨 판매량은 무더위 예보 덕분에 기록적인 수준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