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통해'한국 마니아'로 꽤 알려진 인물이지만 막상 만나보니 예상을 넘어섰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학동역 사거리 스타벅스에서 만난 데이비드와의 대화는 영어 한국어 일본어 등 3개 국어가 뒤섞여 이어졌다.
캐나다 캘거리 출신인 데이비드는 영어 프랑스어는 물론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 등 7개 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요즘은 터키어를 새로 시작할 정도로 아시아 국가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
인사가 끝나고 자리에 앉자마자 데이비드는 한국에 대한 지식을 마음껏 뽐냈다.
삼국시대에 백제와 일본은 이웃 나라 이상의 깊은 동맹 관계를 맺었고 한국어와 일본어는 뿌리가 같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그는 한국 역사,한·일 관계,남북 통일 전망까지 다방면에 걸쳐 해박했다.
데이비드가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캘거리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 게임과 애니메이션에 재미를 붙이면서 배우기 시작한 일본어가 그를 '한국 마니아'로 만든 계기였다.
일본 대중 문화에 푹 빠진 데이비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2001년 일본으로 건너갔다.
낮에는 영어를 가르치고 밤에는 일본어 학교를 다니면서 일본 사회를 체험했다.
그러나 공부를 하면 할수록 일본의 깊은 밑바닥에 '한국'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았다.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을 방문한 뒤 한국인들의 열정에 놀랐다.
그 다음 해 바로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
"한국에 살아보니 캐나다는 물론 일본에서 매스컴을 통해 본 모습과 너무 다르다는 점을 느꼈어요.알면 알수록 한국은 정말 멋있어요." 한국에 정착한 뒤 번역일과 각종 사회 단체 활동을 통해 한국을 외국에 알려온 데이비드는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왜곡된 정보를 갖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그도 캐나다에 살 때는 한국이 '위험하고 지저분하고 역사와 문화가 없는 나라'라는 편견을 가졌다.
그래서 만든 게 '갈비찜 닷컴(www.galbijim.com)'. 2005년 친구 5명과 함께 한국을 세계에 제대로 알려주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3년 전 중학교 영어 선생으로 건너온 미국 뉴욕 출신의 네이슨 슈월츠 등 한국을 사랑하는 외국인 동료들이 참여했다.
갈비찜 닷컴은 한국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문답 사이트로 영문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한국에 관심을 갖고 있거나 비즈니스를 원하는 외국인들이 정보를 얻는 창구로 많이 이용한다.
개설된 지 불과 2년밖에 안 됐으나 정규 회원만 2000여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구글이나 야후에서 한국 관련 검색을 하면 가장 먼저 링크되는 사이트 중 하나로 한국 관련 8000여개 블로그를 연결해 준다.
올해부터 데이비드와 동료들은 한국을 알리기 위한 오프라인 사업도 시작했다.
첫 번째 사업은 한국을 알리는 단행본 출판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겪고 느낀 진짜 한국 얘기를 담은 '코리아 업클로즈(Korea Upclose)'를 이달 말 출간한다.
요즘 데이비드는 틈만 나면 지방을 찾는다.
진짜 한국 모습을 해외에 알리려면 도시가 아닌 시골을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한국에서 사는 보람이 무엇이냐고 묻자 외국인에게 한국의 참모습을 알려 좋은 반응을 얻을 때 만족감을 느낀다고 환한 표정을 지었다.
데이비드와 네이슨의 꿈은 다소 엉뚱하다.
데이비드는 사업을 키우고 제주도에 집을 마련해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한국에서 사는 게 장래 목표다. 네이슨은 남북 통일에 관심이 많다. 앞으로 국제 NGO(비정부 기구) 단체에 가입해 한반도 통일을 위해 활동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글/사진=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