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19일로 한나라당을 탈당한 지 한 달을 맞는다.

정치인 손학규로서 쌓아온 모든 기득권을 잃은 반면 대선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찾은 기간이었다.

"손학규는 끝났다"와 "기회를 만들 것"이라는 극단적인 평가가 교차하는 이유다.

"시베리아로 간다"던 본인의 말처럼 지난 한 달은 추운 겨울이었다.

핵심 참모들은 하나둘 그의 곁을 떠났다.

조직은 무너졌다.

언론의 관심권에서 멀어졌다.

범여권의 '러브콜'도 예전같지 않다.

반짝 상승했던 지지율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제 3후보에 목말라하는 범여권의 확고한 대안으로 자리잡는 데도 역부족이었다.

적어도 외형상으로만 보면 현실 정치인으로서는 많은 것을 잃었다.

거의 모든 정치적 자산이 한순간에 날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그지만 표정이 어둡지 않다.

"오히려 한나라당 시절보다 밝아졌다"는 게 측근들 전언이다.

"최소한 유력주자의 낙마를 기다리는 답답함에서 벗어나 스스로 새 희망을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적어도 "너무 왼쪽으로 간다"는 지적에 따른 심적 부담은 더이상 없다.

하락세지만 여전히 비한나라당 주자 중 지지율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가능성이라는 측면만 놓고 보면 아직은 비교우위에 서있는 셈이다.

지난 한 달이 탈당에 따른 부정적 여론을 피해가며 새로운 틀을 준비하는 기간이었다면 앞으로 한 달은 자신의 정치장래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대 분수령이다.

그는 4·25 재보선이 끝나는 대로 지식인 회원 중심의 '선진평화포럼'을 출범시키는 등 독자세력화에 나설 예정이다.

그가 탈당 후 집중해온 정치권 밖 인사와의 만남은 물론 최근 범여권 정치인들과 잦은 교류를 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손 전 지사의 성공여부는 명분약한 탈당을 덮을 정도의 진정성과 기존의 정당정치 벽을 넘을 수 있는 안정적인 정치세력의 구축,범여권 주자 중 지지율 1위 유지 등 세 가지에 달렸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범여권 주자들을 압도하는 높은 지지율이다.

지지율은 가능성과 비례한다.

한나라당에서 실패했던 지지율 10% 돌파가 당면과제로 꼽히는 이유다.

과거 대선 정국에서 당적을 옮겼던 정치인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정치를 보여주는 것도 핵심이다.

범여권의 특정세력에 얹혀가는 모양새가 돼서는 과거 철새정치와 다를 게 없다는 점에서다.

교섭단체 구성요건인 20명 이상의 의원들의 도움도 필요충분조건이다.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하면 제도정치에서 힘을 발할 수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모든 조건이 다 쉽지 않다는 점에서 손 전지사의 갈 길은 아직 멀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