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씨는 최근 전화 한 통화로 10만원을 벌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카드 중 하나를 정리하기 위해 해당 카드사에 전화를 했는데 카드를 해지하지 않는 조건으로 카드 유효 기간인 5년 동안 연회비(2만원)를 면제받기로 한 것.김씨는 다른 카드사에도 해지 신청 전화를 했는데 역시 카드를 계속 쓰는 조건으로 연회비를 면제해주겠다는 답을 들었다.



은행과 카드사들이 카드 해지 신청을 하는 고객들을 붙잡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올 들어 카드업계 간 경쟁이 격화된 데다 최근에는 부가 서비스 기능이 대폭 강화된 카드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다른 회사 카드로 갈아타려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할인이나 적립 서비스가 강화된 신상품이 늘수록 카드 교체 수요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드 해지 신청하면 연회비 면제로 유혹

은행과 카드사들이 카드 해지 신청을 하는 고객을 잡기 위해 내거는 대표적인 조건은 연회비 면제.신한카드와 씨티은행은 연회비 면제로 고객 이탈을 방지하고 있다.

특히 씨티은행은 '아시아나클럽 마스타카드'의 마일리지 적립 혜택이 5월부터 줄어 해지 신청을 하려는 고객들이 늘어나자 연회비 면제에 좀더 적극적이다.

인터넷 포털 다음의 한 카페에는 씨티은행에 해지 신청을 했다가 연회비 면제를 받았다는 글이 많이 올라있다.

KB카드는 해지 신청을 하는 고객에게 연회비를 면제해주거나 포인트를 지급하고 있다.

카드사용액이 많은 고객에게는 연회비를 평생 받지 않고 사용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고객에게는 일정 정도의 보너스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한 카드를 오랫동안 꾸준히 사용한 고객이 해지 신청을 할 때 사용 실적을 바탕으로 추가 혜택을 주는 것이지 해지 신청을 하는 모든 고객에게 연회비 면제를 해주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보너스 포인트 제공이나 신상품 갈아타기 유도

LG카드와 롯데카드는 이탈 고객에게 대표 카드나 신상품으로 바꿔타도록 유도하고 있다.

연회비 평생 면제 혜택도 동시에 준다.

LG카드는 발급받은 지 오래된 카드를 쓰고 있는 고객이 해지 신청을 할 경우 '빅플러스 GS칼텍스 카드'로 교체 발급해주면서 7000원인 연회비도 면제해주고 있다.

롯데카드는 해지 신청을 하는 고객들에게 인터넷 요금(LG파워콤)을 깎아주는 '엑스피드(XPEED) 롯데카드'를 발급해주면서 연회비를 평생 면제해주고 있다.

삼성카드는 카드를 그만 쓰려는 고객들에게 연회비 면제 대신 보너스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삼성카드를 해지하려다가 보너스 포인트를 받고 해지를 포기한 윤모씨는 "연회비를 납부한 지 얼마 안 된 데다 앞으로는 포인트로 연회비를 낼 수 있어 당분간 이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국민 한 사람이 여러 장의 카드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카드 마케팅은 다른 회사 고객을 빼앗아 오는 형태를 띨 수밖에 없다"며 "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마케팅 전략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