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LPGA투어 시즌 여섯 번째 대회인 긴오픈에서도 한국선수들이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지난 6년간 2005년을 제외하고 매시즌 다섯 번째 대회 이내에 '마수걸이 우승'을 차지했던 것을 감안하면 첫승 소식이 늦어지고 있다.

대회마다 출전선수 4명 중 1명이 한국선수일 정도로 '인해전술'을 펴고 있지만 승전보가 들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쟁선수들이 강해졌다=지난해 로레나 오초아가 아니카 소렌스탐을 제치고 '넘버 1'에 오르면서 투어 판도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소렌스탐,오초아,캐리 웹 등 '톱랭커'들만 제치면 우승을 차지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스테이시 프라마나수드,모건 프레셀,폴라 크리머,브리타니 린시컴,훌리에타 그라나다 등 신흥 강호들이 대거 등장해 우승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 선수가 쉽게 5승 이상을 거두던 '독주시대'가 막을 내리고 여러 강자가 등장한 '춘추전국시대'로 옮겨간 양상이다.

◆'빅 스타'가 없다=한국은 그동안 미LPGA투어에서 총 62승을 거뒀다.

그 가운데 박세리가 23승,김미현 7승,박지은 6승,한희원이 6승 등 이른바 '빅4'가 70% 가까운 42승을 올렸다.

그만큼 '스타 의존도'가 컸다.

그러나 '빅4'의 우승 횟수가 줄어들면서 한국선수들의 우승확률도 들쭉날쭉해지고 있다.

프로야구에서 연패의 사슬을 끊어주는 '에이스'가 필요하듯이 한국선수단을 이끌 '대선수'의 출현이 절실하다.

◆'신인'의 기대치가 미흡하다=지난해 미LPGA투어 진출 이래 가장 많은 11승을 수확할 수 있었던 것은 '루키'들의 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인상을 수상한 이선화를 비롯 김주미 임성아 홍진주 등이 예상치 못한 우승을 거두면서 한국선수단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올 들어 '대형 신인'이 보이지 않는다.

투어 3∼4년차인 이지영 안시현 배경은 이정연 등이 시즌 초반 고감도 샷감각을 선보이고 있지만 우승으로 연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헝그리 정신'이 약해졌다=한국선수들에게 미LPGA투어는 돈과 명예를 동시에 안겨주는 '보증수표'와도 같았다.

그러나 너무 많은 선수가 몰리면서 그 희소가치는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이러다보니 대회에 임하는 선수들의 태도도 변하고 있다.

'죽기 아니면 살기'식으로 혼신의 힘을 다하기보다 '골프는 나의 직업'이라는 자세로 바뀌었다.

요컨대 '미국 진출 2세대 선수'들에게서는 우승을 하겠다는 악착같은 정신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