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세계경제 디커플링(脫동조화)…美 '재채기'해도 세계경제 '감기' 안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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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재채기를 해도 이젠 세계경제가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2% 내외로 둔화되더라도 세계 경제가 지속성장할 수 있다는 이른바 '탈 동조화(decoupling,이하 디커플링)'가 세계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경제의 큰 전환을 예고하는 것일 뿐더러 향후 각국 경제정책의 방향을 결정지을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지난 11일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열차 분리하기(Decoupling the train)?'가 과연 가능한지 물었다.
현재까지 세계 석학들의 연구 결과와 정책담당자들의 반응은 '대부분의 나라들이 미국 경제에서 분리(디커플)되고 있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감기'는 과장된 표현
IMF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이 재채기하면 세계 경제가 감기에 걸린다'는 얘기는 과장된 것이었다고 지적한다.
미국 경제의 파급효과는 일반적인 우려와 달리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 30년간 다섯 번의 경기침체(recession)를 겪었다. 1차 오일쇼크 때인 1973~1974년,1980년,1982년,1991년,2001년. 다섯 차례 침체기의 성장률은 전년 대비 평균 3.8%포인트 떨어졌다. 당시 다른 선진국의 성장률 하락폭은 2.0%포인트,남미는 1.7%포인트,아시아 신흥국은 1.3%포인트에 그쳤다. 이 정도는 '유의미한 효과'라 볼 수 없다고 IMF는 판단했다.
따라서 미국 경제의 파급효과를 과장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과거 세계경제 성장 과정에서 동반 침체(경기침체의 동조화)를 겪었던 것은 미국 경제에서 파생된 '동조화' 효과였다기보다 세계에서 동시에 일어난 경제적 혼란이었거나 각국 경제가 상호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유가 급등 등 원래부터 세계경제에 존재하던 공통의 요인 △1980년대 인플레이션 완화 정책같이 필연적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요인들이 더 영향을 미쳤다.
1973~1975년엔 1차 오일쇼크,2000~2001년엔 기술주 거품으로 인한 세계 증시 동시 하락 같은 세계적 차원의 자산가격 변동이 요인이 됐다.
최근 미국의 경기 둔화도 세계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 간에 고도로 연관된 좀 더 포괄적인 요인들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주택산업과 제조업 분야에서 경기 둔화가 비롯됐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 때문에 지난 1월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짐 오닐은 "미국이 주춤해도 세계 경제는 잘나가고 있다"며 "사실은 잘나가는 것 이상"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워싱턴에 모인 선진7개국(G7) 재무장관들은 세계 경제의 성장 기조를 유지하려면 내수를 진작시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며 세계 경제는 여러 위험에도 불구,30년 이상 강력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커플링의 배경
경제학자들은 디커플링의 배경으로 먼저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과 신흥경제국들의 내수시장이 발전한 점을 꼽는다.
미국 버클리대의 로라 타이슨 교수(경제학,전 클린턴 정부 경제자문위원장)는 다보스포럼에서 "세계 경제가 더 이상 단 하나의 기관차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며 세계경제의 견인차가 유럽,일본,중국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경제성장이 디커플링 현상을 앞당기고 있다.
아시아 각국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수출 못지않게 내수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가고 있다.
그만큼 미국 경제의 영향력이 제한되고 경기침체에서 빨리 회복할 수 있는 복원력을 자체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6년 전만 해도 중국이 자국 소비를 위해 수입한 상품은 조립 후 재수출을 위해 수입하는 상품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이제 이 비율은 거의 같아졌다.
중국 내수시장은 연 평균 9%씩 성장하고 있으며 소비지출은 연 평균 10%씩 늘어나고 있다.
중국 가계 저축률이 10년 사이에 20%에서 16%로 떨어진 것이 이를 증명해준다.
다음으로 세계 각국의 대 미국 수출 비중이 갈수록 줄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아시아 수출의 미국 의존도는 지난 5년간 25%에서 20%로 감소했다.
중국의 대미 수출 비중은 1999년 34%에서 작년엔 25%로 떨어졌다.
유럽 지역 수출이 대미 수출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
HSBC 이코노미스트 피터 모건은 "미국 성장률이 떨어지면 싱가포르 홍콩 같은 작은 나라들이 영향을 많이 받고 중국 인도 일본 등에 미칠 타격은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라고 점쳤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 홍 리앙은 "미국 성장률이 올해 말까지 0%로 떨어진다고 가정하면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작년 26%에서 올해 2%로 감소할 것"이라고 말한 뒤 "(하지만) 중국의 성장률은 10%에서 8%로 속도가 조금 떨어지는 정도의 영향밖에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이 슬럼프를 겪으면 아시아 경제 성장이 느려지겠지만 탈선하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무시못할 시장통합의 파괴력
디커플링이 큰 흐름을 형성하기 시작했지만 미국 경제의 영향력(스필오버)은 무시하기 어렵다. 자본시장 통합이 가속되면서 금융시장의 충격이 급속히 전파될 수 있는 위험은 여전하다.
실제로 경제는 분리(디커플)될 수 있지만 세계 금융시장은 헤지펀드 투자 등으로 더욱 밀접해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도 "미국이 재채기를 해도 세계는 더 이상 감기에 걸리지 않을 수 있지만 월가가 떨게 되면 세계는 전율할 수 있다"는 비유를 했다.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로치는 "아시아 경제가 미국 경제의 부족 부분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지만 지나친 의존은 금물"이라며 "실망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펼쳤다.
각국의 경제정책 결정이 동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점도 주의를 요한다.
1980년대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같이 동시에 각국의 경제정책이 구사되면 파급효과가 더 부풀려진다는 것이다.
IMF는 '글로벌 경제 모델'에서 미국 경제가 1.4%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 아시아 신흥경제국들은 0.45%,선진국들은 0.1~0.2% 성장률이 하락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여기에 '경제정책의 동시 결정'이란 변수를 추가하면 세계 전체 국내총생산(GDP)이 0.7% 정도 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금융정책이 제대로 작동하면 잠재적인 부정적 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견해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어떤 금융정책으로 반응하느냐에 따라 파급효과가 줄거나 증폭되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내부적으로 정한 인플레이션 목표를 관리할 수 있는 범위에서라면 미국의 경기 변화에 미리 적응하는 선제적 금융정책을 취할 경우 미국 측 수요 감소 등에 따른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선제적이라고 할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응하지 않거나 유연하지 못할 경우 미국 경제로 인한 충격이 의외로 커질 소지를 배제할 수 없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
세계 경제의 큰 전환을 예고하는 것일 뿐더러 향후 각국 경제정책의 방향을 결정지을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지난 11일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열차 분리하기(Decoupling the train)?'가 과연 가능한지 물었다.
현재까지 세계 석학들의 연구 결과와 정책담당자들의 반응은 '대부분의 나라들이 미국 경제에서 분리(디커플)되고 있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감기'는 과장된 표현
IMF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이 재채기하면 세계 경제가 감기에 걸린다'는 얘기는 과장된 것이었다고 지적한다.
미국 경제의 파급효과는 일반적인 우려와 달리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 30년간 다섯 번의 경기침체(recession)를 겪었다. 1차 오일쇼크 때인 1973~1974년,1980년,1982년,1991년,2001년. 다섯 차례 침체기의 성장률은 전년 대비 평균 3.8%포인트 떨어졌다. 당시 다른 선진국의 성장률 하락폭은 2.0%포인트,남미는 1.7%포인트,아시아 신흥국은 1.3%포인트에 그쳤다. 이 정도는 '유의미한 효과'라 볼 수 없다고 IMF는 판단했다.
따라서 미국 경제의 파급효과를 과장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과거 세계경제 성장 과정에서 동반 침체(경기침체의 동조화)를 겪었던 것은 미국 경제에서 파생된 '동조화' 효과였다기보다 세계에서 동시에 일어난 경제적 혼란이었거나 각국 경제가 상호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유가 급등 등 원래부터 세계경제에 존재하던 공통의 요인 △1980년대 인플레이션 완화 정책같이 필연적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요인들이 더 영향을 미쳤다.
1973~1975년엔 1차 오일쇼크,2000~2001년엔 기술주 거품으로 인한 세계 증시 동시 하락 같은 세계적 차원의 자산가격 변동이 요인이 됐다.
최근 미국의 경기 둔화도 세계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 간에 고도로 연관된 좀 더 포괄적인 요인들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주택산업과 제조업 분야에서 경기 둔화가 비롯됐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 때문에 지난 1월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짐 오닐은 "미국이 주춤해도 세계 경제는 잘나가고 있다"며 "사실은 잘나가는 것 이상"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워싱턴에 모인 선진7개국(G7) 재무장관들은 세계 경제의 성장 기조를 유지하려면 내수를 진작시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며 세계 경제는 여러 위험에도 불구,30년 이상 강력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커플링의 배경
경제학자들은 디커플링의 배경으로 먼저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과 신흥경제국들의 내수시장이 발전한 점을 꼽는다.
미국 버클리대의 로라 타이슨 교수(경제학,전 클린턴 정부 경제자문위원장)는 다보스포럼에서 "세계 경제가 더 이상 단 하나의 기관차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며 세계경제의 견인차가 유럽,일본,중국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경제성장이 디커플링 현상을 앞당기고 있다.
아시아 각국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수출 못지않게 내수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가고 있다.
그만큼 미국 경제의 영향력이 제한되고 경기침체에서 빨리 회복할 수 있는 복원력을 자체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6년 전만 해도 중국이 자국 소비를 위해 수입한 상품은 조립 후 재수출을 위해 수입하는 상품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이제 이 비율은 거의 같아졌다.
중국 내수시장은 연 평균 9%씩 성장하고 있으며 소비지출은 연 평균 10%씩 늘어나고 있다.
중국 가계 저축률이 10년 사이에 20%에서 16%로 떨어진 것이 이를 증명해준다.
다음으로 세계 각국의 대 미국 수출 비중이 갈수록 줄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아시아 수출의 미국 의존도는 지난 5년간 25%에서 20%로 감소했다.
중국의 대미 수출 비중은 1999년 34%에서 작년엔 25%로 떨어졌다.
유럽 지역 수출이 대미 수출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
HSBC 이코노미스트 피터 모건은 "미국 성장률이 떨어지면 싱가포르 홍콩 같은 작은 나라들이 영향을 많이 받고 중국 인도 일본 등에 미칠 타격은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라고 점쳤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 홍 리앙은 "미국 성장률이 올해 말까지 0%로 떨어진다고 가정하면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작년 26%에서 올해 2%로 감소할 것"이라고 말한 뒤 "(하지만) 중국의 성장률은 10%에서 8%로 속도가 조금 떨어지는 정도의 영향밖에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이 슬럼프를 겪으면 아시아 경제 성장이 느려지겠지만 탈선하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무시못할 시장통합의 파괴력
디커플링이 큰 흐름을 형성하기 시작했지만 미국 경제의 영향력(스필오버)은 무시하기 어렵다. 자본시장 통합이 가속되면서 금융시장의 충격이 급속히 전파될 수 있는 위험은 여전하다.
실제로 경제는 분리(디커플)될 수 있지만 세계 금융시장은 헤지펀드 투자 등으로 더욱 밀접해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도 "미국이 재채기를 해도 세계는 더 이상 감기에 걸리지 않을 수 있지만 월가가 떨게 되면 세계는 전율할 수 있다"는 비유를 했다.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로치는 "아시아 경제가 미국 경제의 부족 부분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지만 지나친 의존은 금물"이라며 "실망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펼쳤다.
각국의 경제정책 결정이 동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점도 주의를 요한다.
1980년대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같이 동시에 각국의 경제정책이 구사되면 파급효과가 더 부풀려진다는 것이다.
IMF는 '글로벌 경제 모델'에서 미국 경제가 1.4%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 아시아 신흥경제국들은 0.45%,선진국들은 0.1~0.2% 성장률이 하락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여기에 '경제정책의 동시 결정'이란 변수를 추가하면 세계 전체 국내총생산(GDP)이 0.7% 정도 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금융정책이 제대로 작동하면 잠재적인 부정적 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견해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어떤 금융정책으로 반응하느냐에 따라 파급효과가 줄거나 증폭되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내부적으로 정한 인플레이션 목표를 관리할 수 있는 범위에서라면 미국의 경기 변화에 미리 적응하는 선제적 금융정책을 취할 경우 미국 측 수요 감소 등에 따른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선제적이라고 할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응하지 않거나 유연하지 못할 경우 미국 경제로 인한 충격이 의외로 커질 소지를 배제할 수 없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