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당국이 동일한 상호를 내걸고 공동 상품 개발·판매를 하는 '멤버십 저축은행' 결성을 지원하기로 한 가운데 수도권 6개 중소형 저축은행들이 올초 멤버십 저축은행을 결성키로 하는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저축은행 업계 움직임이 알려지자 금융감독원과 저축은행중앙회에는 멤버십 저축은행 결성 시기와 가입 자격 등에 대한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한경 4월13일자 A1,5면 참조

한 저축은행 임원은 "멤버십 저축은행이 탄생하면 그동안 일정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저축은행의 시장 판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며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새로운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업체들이 기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6개 저축은행 MOU 체결

금감원 관계자는 13일 "경인 지역 등에 소재하는 6개 중소형 저축은행이 최근 멤버십 저축은행을 결성하기로 MOU를 체결했으며 오는 6월께 공식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MOU를 체결한 저축은행들은 재무건전성이 비교적 양호할 뿐만 아니라 경영에 대해 서로간 신뢰가 쌓인 것으로 보인다"며 "멤버십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에서도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아직 공식 출범하지 않았기 때문에 멤버십을 추진하고 있는 저축은행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멤버십 저축은행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업무 영역을 확대해주는 등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지원 때는 성공 가능

'멤버십 저축은행' 성공 가능성에 대해 업계의 의견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한 중소형 저축은행 임원은 "과거에도 일부 저축은행끼리 업무 제휴를 추진하는 등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대주주 간 의견 노출 등으로 성공하지 못했다"며 멤버십 저축은행의 최종 출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인천지역의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멤버십 저축은행에 대해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예상외로 손쉽게 성사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부림저축은행을 중심으로 한 경인지역 10개 저축은행은 2000년부터 공동 대출을 정례화하면서 긴밀한 업무 제휴를 해오고 있다.

자산이 4000억원 미만인 이 저축은행들은 자기자본의 20%로 제한돼 있는 저축은행 동일인 여신한도를 초과하는 대출의 경우 컨소시엄 형태로 공동 대출을 해왔다.

이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한 저축은행 대표는 "제조업 출신과 종금사 출신의 저축은행 오너들이 힘을 합쳐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같은 대규모 여신 심사를 수월하게 하고 있다"며 "업무 제휴 영역을 대출 분야에서 좀 더 넓혀가자는 얘기를 해온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해외에서도 멤버십 사례 많아

해외에도 초기 단계의 멤버십 저축은행 형태가 생겨나고 있다.

독일의 경우 같은 주(州)에 있는 저축은행들이 상품을 함께 개발한 뒤 공동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한 개밖에 없는 저축은행중앙회가 독일에는 각 주마다 한 개씩 설립돼 있다.

스웨덴 저축은행들은 공동 로고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스웨덴 내 80여개 저축은행들은 '스웨드 뱅크(Swedbank)'라는 스웨덴 내 최대 저축은행과 같은 로고를 쓰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대형 저축은행 두 곳은 이 공동 로고를 사용하지 않고 개별 로고를 사용하면서 거리를 두고 있다.

스웨드 뱅크는 11개 저축은행과 12개 지역 농협이 합쳐져 만들어진 스웨덴 내 최대 저축은행으로 현재 스톡홀름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다.

장진모/정인설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