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작년 4분기와 올 1분기 성장률이 가장 낮은 구간에 해당된다"며 경기저점 통과를 사실상 선언했다.

그러나 경기회복 속도에 대해서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밝혀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도,경기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한 금리인상도 당분간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12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 목표치를 현 수준인 연 4.5%로 동결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콜금리 목표치는 지난해 8월 0.25%포인트 인상된 뒤 8개월째 동결됐다.



◆"내수가 살아나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때와는 달리 소비 회복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연초 각종 경제지표가 들쭉날쭉했던 것과는 달리 내수가 조금씩 회복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수출도 여전히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며 "완만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소비재 판매액은 1~2월 평균 증가율이 7.3%로 지난해 3분기(2.9%)와 4분기(4.5%)에 비해 개선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설비투자도 1월 15.4%,2월 12.4% 등 두 달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건설수주액등 투자 관련 지표들도 강한 모습이다.

전반적으로 경기 개선 추세가 뚜렷해졌다는 것이 이 총재의 판단이다.

다만 경기회복 속도가 미미한 데다 경기사이클마저 짧아져 체감 경기가 나아지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고용시장도 서서히 좋아져

제조업과 농림어업 등에서 취업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서비스업 쪽에서는 취업자 수가 3월 중 34만명이나 늘어나는 등 고용시장도 개선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법률 컨설팅 등 사업서비스업에서만 취업자가 지난해보다 15만명 정도 늘어났다"며 "서비스업 활동이 연간 기준으로 5% 이상 성장하면서 서비스업에서 취업자 증가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할인점과 인터넷상거래로 지속적으로 퇴출돼 왔던 도소매업 종사자의 감소폭이 최근 들어 축소된 것도 경기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2002년 599만8000명이었던 도소매·음식숙박업 종사자 수는 지난해 576만2000명으로 줄어드는 구조조정이 진행돼 왔다.

하지만 최근 도소매·음식숙박업이 되살아나면서 이 분야의 인력구조조정이 마무리단계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재경부의 분석이다.


◆금리인상은 없을 듯

한은의 '경기에 대한 자신감'이 강해졌지만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물가가 안정된 데다 대외 불안요인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임지원 JP모건증권 전무는 "한은은 이번 금통위에서 성장에 대한 자신감과 풍부한 유동성을 언급한 것은 당분간 금리를 내리지 않겠다는 것이고 반대로 물가상승에 대한 압력이 없다는 것은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올해는 4.5% 수준에서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하반기 성장률이 높아지면 유동성이 재차 급증할 우려가 있어 한은이 추가적인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최석원 한화증권 채권전략팀장은 "하반기에 한은의 전망대로 정책금리보다 높은 4.7% 경제성장률을 보인다면 시중 자금수요 증가로 유동성이 늘어 한은이 금리 인상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