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를 비롯해 정보기술(IT) 기업들의 1분기 실적발표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가운데 이학수 삼성 전략기획실장(부회장)이 삼성전자 실적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이 실장이 삼성의 정보를 총괄하고 있는 최고위층이라는 점,대형 우량주 가운데 최근 삼성전자 주가만 횡보세를 보여왔다는 점,13일로 예정된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 발표내용을 놓고 시장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이 실장의 설명은 상당한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이 실장은 11일 김인주 삼성 전략기획실 사장의 상가에서 기자와 만나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지만,올해 삼성전자 실적은 작년 수준 정도의 이익을 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이어 "시장에서는 최고 수준의 이익을 냈던 2004년과 비교해서 삼성전자 실적이 안좋다고 지적하는데,이는 환율과 반도체 가격 하락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환율이 100원 떨어질 때 3조원가량 손해를 본다"며 "2004년에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였는데 지금은 900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9조원가량을 손해봤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환율 때문에 그 정도의 기회손실을 보고도 연간 8조∼9조원의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은 나쁘지 않다는 얘기였다.

이 실장은 또 "삼성전자의 주 수익원인 반도체 가격도 지난해 말에 비해 50%가량 빠지면서 고전하고 있다"며 "그러나 원가경쟁력이나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악화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이와 함께 최근 이건희 회장이 지적한 '5∼6년 후 위기론'과 관련,"중국의 추격이 무섭다"며 "최근 받아본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자동차업체들의 임금 수준은 국내에 비해 12분의 1밖에 안되는데 생산성은 10∼20% 더 높다.

앞으로 조선 철강 등 우리의 주력산업에서 중국의 추격이 더 거세질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이어 "반도체 분야에서도 중국이 12인치 팹을 만든다고 하는데 이런 위기상황을 이 회장이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FTA와 관련해선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그리 큰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기업들과 소비자들에게는 좋은 일"이라며 "법률과 의료시장은 시간이 지나면 어차피 개방해야 할 시장들"이라고 평가했다.

이 실장은 다음주 중 중국으로 출국,이 회장과 함께 23일부터 베이징에서 열리는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GAISF)의 '스포츠 어코드'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최도석 경영지원총괄 사장도 지난 10일 상가를 찾아 "매년 삼성전자의 분기 실적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정말 예측하기 힘들다"며 "올해 실적전망은 '퀘스천 마크(물음표)'"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각 사업총괄마다 1분기에는 어려웠지만 하반기부터 좋아질 것이라는 보고를 올리고 있으나,최근 국내외 여건과 경쟁환경을 감안할 때 실적호전을 장담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