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국내 농산물시장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될 위기에 처한 가운데 한 기초단체가 일찌감치 지역 농산물을 미국으로 다량 수출하고 있어 농산물 개방시대의 대표적인 위기극복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울산시 울주군은 농산물 수입조건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시장에 해마다 농산물 수출 물량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미국 할인유통업체인 월마트에 울주배 100t을 수출한 데 이어 올해는 200t을 공급하기로 했다.

특히 무공해 식품업체의 대명사로 통하는 미국 멜리사라는 회사에도 올해부터 울주배를 OEM 방식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울주군이 미국 시장을 뚫은 것은 2002년.배 품질 개량을 통해 경쟁우위를 확보하면서 한인사회가 밀집한 LA 유통가를 중심으로 매년 100만달러 규모의 울주 배를 수출하고 있다

인구 17만명의 작은 도농복합형 도시인 울주군이 이처럼 미국 시장에서 울주 배 하나로 미국인들의 입맞을 완전히 사로잡은 데는 코트라(KOTRA) 영국 통상본부장 출신으로 지난 30여년간 무역일선을 뛰었던 엄창섭 울주 군수(65)의 경험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엄 군수는 한·일 월드컵으로 한류 열풍이 미국현지에도 불자 울퉁불퉁하고 왠지 설익어 보이는 미국산 배를 울주 배로 바꿔보겠다는 역발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일단 미국 현지 수출거점은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LA지역을 선정했다.

한인들 입맞부터 사로잡아야 결국 미국 현지인들 입맞도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다년간 무역경험을 통해 나온 핵심 전략이었다.

그는 이를 위해 현지 코트라에 협조를 요청해 고향이 울산인 재미교포들 중 LA현지에서 유통업을 하는 한인들을 찾아냈고 이들이 운영하는 식품 유통업체부터 울주 배를 유통하기 시작했다.

여기다 해마다 미국 현지에서 울주 배 시식회 행사를 열어 미국인들의 눈과 귀에 울주 배의 존재를 알리는 데 주력하면서 울주 배의 소문은 미국인들의 입과 귀를 통해 삽시간에 번져나갔다.

이 덕분에 월마트는 2005년 한국 배로는 처음으로 50t의 울주 배를 LA지역 월마트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여기서 큰 성과가 나자 월마트는 지난해 100t에 이어 올해는 200t으로 울주 배 판매물량을 대폭 늘려가고 있다.

엄 군수는 "올해로 대미 수출 6년째를 맞는 울주 배는 이제 미국 내 한인사회를 뛰어넘어 메인스티림,즉 주류사회 미국인들에게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고 말했다.

엄 군수는 농산물 수출 못지않게 전 세계에 수출시장 개척단을 파견해 지금까지 1000억원어치의 지역 중소기업 제품을 수출했다.

2002년 러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에 시장개척단을 처음 파견한 그는 꾸준히 영역을 넓혀 해마다 600만달러 이상의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 덕분에 엄 군수는 "600만불의 사나이"란 별명도 갖고 있다.

엄 군수는 "앞으로는 거대 시장인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시장 개척에 전력을 쏟아 매년 1000만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을 꾸준히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