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석유라는 무기를 십분 활용하고 있지만 차베스 대통령과 베네수엘라로 전가될 부작용 또한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에 대한 국유화 확대 시도가 비효율성 및 불확실성의 확대, 투자 미비 등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PdVSA)가 현금도, 석유 생산 능력도 없는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게 NYT의 지적이다.

차베스 대통령은 오는 5월부터 다국적 석유회사들의 베네수엘라 내 석유 개발 참여 지분율을 40% 이하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라파엘 라미레스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이 지난주 베네수엘라산 석유를 처리하는 미국 내 정유시설을 팔 수도 있다고 미국을 '협박'하는 한편 차베스 대통령은 최근 자국이 중국에 하루 100만배럴씩 석유를 팔 것이라는 계획을 내세우기도 했다.

석유 수요의 60%를 수입에 의존하면서 국가별로 베네수엘라로부터 네번째로 많은 석유를 사들이는 미국 입장에서 이런 베네수엘라의 움직임은 거슬리지 않을 수 없다.

NYT에 따르면 미국에서 일하는 한 석유 컨설턴트는 에너지 안보라는 면에서 차베스 대통령은 고인이 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보다 더 큰 위협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엑손모빌이나 코노코필립스 같은 다국적 석유회사들 입장에서도 갈수록 국유화가 심화되는 석유 생산시장에서 베네수엘라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미국 텍사스주 소재 라이스 대학의 집계 결과 지금까지 알려진 전세계 석유 매장량의 77%가 국영 석유회사의 통제 아래 있고 상위 20개 석유 생산회사 중 14개가 국영 기업이었다.

베네수엘라의 석유 매장량은 800억배럴로 중동권 이외 지역에서는 가장 큰 규모다.

이런 면만을 보면 석유의 무기화를 시도한 차베스 대통령이 앞으로도 미소를 지을 것처럼 여겨지지만 베네수엘라 입장에서도 불리한 부분들이 있다는 게 NYT의 풀이다.

먼저 석유산업 이외 분야로 지나치게 흘러나가는 현금을 비롯해 PdVSA의 운영이 점점 비효율적으로 변해간다는 점이다.

PdVSA는 지난해 133억달러의 '사회적 개발' 비용을 썼으며 지난해 말 현재 직원 수가 8만9천450명으로 2001년보다 29% 늘어났다고 최근 밝혔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자국의 하루 석유 생산량이 330만배럴이라고 주장하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 관리들은 실제 베네수엘라의 일일 생산량이 1999년 차베스 대통령 취임 직후보다 100만배럴 적은 250만배럴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을 갤런(약 3.8ℓ)당 20센트 이하로 묶기 위해 베네수엘라 정부가 쓰는 돈이 90억달러 정도로 추산되지만 올들어 PdVSA가 차입한 돈은 110억달러에 달한다.

차베스 대통령은 수송비를 감수하더라도 중국에 석유를 팔겠다고 밝혔지만 중국 내 정유시설을 유황 성분이 많은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처리가 가능하도록 고치는데만 5~7년이 걸릴 전망이며 중국 같은 베네수엘라의 '새 동반자'들이 실제로 투자를 할지 조차 의문이다.

석유업계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 유전에서 지난 2년 동안 폭발 같은 사고 발생 건수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지만 베네수엘라 정부는 그런 사건들의 대부분을 생산 방해를 위한 파괴 행위로 치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리한 국유화로 인해 외국 기업의 기술과 투자 자금이 베네수엘라를 떠나면 이미 불안정한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이 더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진 기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