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지난 9일 사상 첫 1500선을 돌파했다.

1000선을 처음 밟은 1989년 3월31일 이후 18년여 만이다.

한국 증시는 물론 한국 경제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세워진 셈이다.

시가총액은 이번 장기 상승국면 초입인 2003년 3월 243조원에서 820조원(코스닥시장 포함)으로 4년 새 네 배 이상 불어났다.

간판종목들의 주가도 폭등했다.

2003년 3월 당시 28만8000원,9만6000원이던 삼성전자와 포스코는 10일 현재 각각 57만8000원,38만9500원으로 뛰었다.

현대중공업은 무려 13배,신세계는 5배가 올랐다.

전문가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에 의한 경제활력 회복과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 기대감,기업 체질 강화 및 탄탄해진 수급 등을 1500선 돌파의 주역으로 꼽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다우지수가 12배 급등한 1983~99년의 미국처럼 한국 증시가 몇 년 내 3000선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란 낙관적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아직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장밋빛 기대만으로 1500시대를 맞기에는 아직 2%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비판적인 전문가들은 "기업 이익이 3년째 내리막인데 주가가 마냥 좋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나아가 "한국 증시만 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게 아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실제 올 들어 중국 인도네시아 스위스 브라질 멕시코 캐나다 미국 뉴질랜드 등 웬만한 국가의 증시가 일제히 사상 최고기록을 다시 세웠다.

이는 "기업실적이 좋아서라기보다 세계적으로 돈이 너무 많이 풀려서"라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상장사가 자기 주식을 사서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도 찜찜한 대목이다.

삼성전자 포스코 SK㈜ 등의 상장사들이 2002년 이후 5년여간 사들인 자사주 순매입 규모는 15조원이 넘는다.

증시가 기업들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도와주기는커녕 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 셈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7조6800억원,기관투자가는 1조6500억원을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개인은 22조2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적지 않은 상장사들의 기업 내용이 아직 취약하다는 것도 약점이다.

특히 코스닥의 경우가 그렇다.

증시가 1500선에 안착하고 나아가 2000,3000시대를 열려면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아직 이머징(신흥)증시에 머물고 있는 우리 증시를 선진국증시 대접을 받도록 선진화시키는 것이다.

MSCI나 FTSE 선진국지수에 포함되면 세계 펀드매니저들이 한국 주식에 투자할 때 따지는 PER(주가수익비율) 적용 배수가 올라가 주식 매수를 유발할 수 있게 된다.

보다 근본적으론 기업들이 매출과 수익을 늘려 PER를 낮춤으로써 내재가치 대비 싼 주식이 많게 하는 방법이다.

결국 '기업의 지속적 성장=지수 1500선 안착 조건'인 것이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새 성장동력을 찾고 한·미 FTA를 산업구조 고도화와 고비용 구조 해소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도 시급하다.

이런 구조개혁이 실패할 경우 증시가 다시 지수 세 자릿수로 주저앉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강현철 증권부 차장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