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한나라당은 9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국회 연설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국회 연설이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원 포인트' 개헌안에 대한 선전의 장이 될 것이 명백한 만큼 이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청와대는 한나라당이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권한을 가로막을 수는 없다며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한나라당 김형오(金炯旿) 원내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원내대표단의 확고한 인식은 개헌안 발의 연설을 국회에서 허용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나경원 대변인이 전했다.

그는 "결국 국회 연설은 그 타당성을 강요하는 것일 텐데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국정에 대한 의견표명은 대통령이 문서로도 할 수 있기 때문에 문서로 해달라는 것이 우리의 의견"이라면서 "개헌안 발의 이후 국회에서 토론이 이뤄질 것이므로 개헌안 연설을 구태여 구두로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당내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통상적으로 교섭단체간 정치적 합의를 통해 추진돼 왔다는 점에서 제 1당인 한나라당이 계속 반대하면 국회 연설은 성사되기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헌법 81조에 `대통령은 국회에 출석해 발언하거나 서한으로 의견을 표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며 "헌법규정에도 불구하고 문서는 되고 연설은 안된다는 발상을 하는 한나라당은 초헌법적 기관인지 되묻고 싶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윤 수석은 "대통령은 지난 2003년 3월2일 정치개혁과 시장개혁 등을 주제로 임시국회에서 국정연설을 했고, 2005년 2월25일에도 선거제도 개혁과 북핵, 한미관계를 주제로 취임 2주년 국정연설을 했다"며 "현재 대통령 비서실에서 국회의장실에 국회연설을 요청했으며 일정을 협의중이고, 발의 직후 국회 일정이 잡히는 대로 연설을 하실 것"이라며 연설 강행 의지를 밝혔다.

열린우리당도 청와대의 입장을 거들고 나섰다.

우리당 이기우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절차에 따라 국회에서 연설하는 것은 국회 의견수렴을 위한 대통령의 권한행사"라며 "원내 제1당의 오만한 횡포"라고 말했고, 최재성 대변인도 "한나라당이 국가 원수의 국회 연설까지 제1당이라는 이름으로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인데, 세계 의회사 어디에도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