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미국산 제품의 수입이 급증해 관련 산업이 막대한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반대론자들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일부 피해가 있을 수 있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닐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미국산 제품이 일본 유럽연합(EU) 호주 등 다른 국가 제품과 경합관계에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산 제품이 확대되는 만큼 다른 국가 제품은 감소하므로 반대론자의 지적이 과장돼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도 대미 무역흑자는 줄겠지만 전 세계 대상 무역흑자는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재개되면 국내 축산농가는 어느 정도 피해가 예상된다.

그러나 호주와 뉴질랜드는 우리보다 피해가 더 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에서 광우병 파동이 생긴 2003년 한 해 국내 축산농가가 생산한 한우는 14만2000t. 2004년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전면 중단됐지만 지난해 한우 생산량은 15만8000t으로 2003년 대비 1만6000t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같은 기간 호주산은 6만4000t에서 13만7000t으로 7만3000t,뉴질랜드산은 2만5000t에서 4만t으로 1만5000t 늘었다.

미국산 쇠고기의 빈자리 대부분을 호주산과 뉴질랜드산이 메웠다는 얘기다.

농림부 관계자는 "한우와 수입산 쇠고기 시장은 어느 정도 분리돼 있다"며 "수입산 쇠고기는 미국-호주-뉴질랜드 등 3개 국가의 경합 구도"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재개되고,향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관세가 철폐되더라도 호주산과 뉴질랜드산의 수입이 크게 줄 것이라고 정부는 관측했다.

단적으로 2003년 수준으로 회귀한다 하더라도 국내산은 1만6000t 줄지만 호주산은 7만3000t 줄어들 것이란 설명이다.

2차 산업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전개될 것이란 게 산업자원부의 분석이다.

비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국내시장에서 미국산과 일본산이 다투고 있다.

미국산 수입이 증가한다면 일본산 제품의 수입이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과 일본 EU 간 경쟁관계에 있는 품목을 보면 △자동차 부문에선 배기량 3000cc 이상 대형 승용차와 자동차 부품 △섬유에선 고급 패션의류 △전자에선 계측제어분석기 전자의료기기 △기계에선 내연기관 및 터빈,펌프 및 압축기 △화학에선 고부가가치 합성수지 및 중간재 등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관세가 한국이 높기 때문에 관세 철폐에 따른 수출액 증가폭이 한국보다 미국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최대 82억달러 늘겠지만,미국의 대한 수출액은 최대 129억달러 증가한다고 내다봤다.

따라서 대미 무역수지는 47억달러가량 흑자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대미 수입 증가분 중 상당수가 일본이나 EU 수입품의 대체로 연결되기 때문에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무역수지는 6억달러가량 늘 것으로 전망했다.

김영주 산자부 장관은 "산업구조 측면에서 한국은 중고위 기술제품,미국은 고부가가치 첨단제품을 주로 수출하는 구조여서 전체적으로 비경합 관계"라며 "오히려 미국산 첨단 부품 및 소재 수입 확대는 대일본 무역역조를 개선하고 생산원가를 낮춤으로써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