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붕괴 우려가 제기됐던 때가 엊그제 같았던 세계 부동산 경기가 벌써부터 최악의 상황은 지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바닥론'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당초 우려와는 달리 '거품 붕괴'라는 커다란 혼란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바닥론이 제기되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세계 부동산 시장의 성격부터 정확히 진단할 필요가 있다.

일전에도 한 번 언급했듯이 2003년 이후 세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것은 투기 요인에 의한 거품보다는 인구통계학적인 관점에서 실수요 성격이 더 짙었음을 뒷받침해 주는 대목이다.

부동산 경기 순환상으로도 바닥론이 제기될 때가 됐다.

각종 인과관계를 구해보면 세계 부동산 경기는 세계 실물경기에 비해 3개월 정도 후행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선행지수 등으로 볼 때 올 1월이 세계 경기의 저점이라고 본다면 이달에는 자연스럽게 세계 부동산 경기의 바닥론이 나올 수 있는 시점이다.

실제로 요즘 각국의 부동산 시장을 점검해 보면 최악의 국면을 지나는 조짐들이 눈에 띈다.

이번 거품 붕괴 우려를 제기했던 중심국인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유동성 문제가 풀리면서 최대 현안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고 있다.

이 때문에 뉴욕 증시에서는 톨 브라더스를 비롯한 주택 업체의 주가가 오르고 있다.

일본 부동산 시장도 주택에 이어 토지 가격이 13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일부 지역의 경우 투기 조짐까지 일고 있다. 거품 붕괴 우려를 제기했던 또 하나의 중심국인 아일랜드,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의 부동산 시장도 아직 가격에는 반영되지 않고 있지만 빠른 손바뀜 현상으로 주택거래량이 늘어나는 조짐이 뚜렷하다.

경기 과열 억제 차원에서 긴축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을 제외한 개발도상국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활발하다.

특히 원자재 가격의 고공 행진이 지속되면서 재원이 크게 확충된 자원보유국들이 '제2의 두바이' 건설을 목표로 각종 개발계획을 서둘러 추진함에 따라 토지 가격은 오히려 올라가는 추세다.

이달에 세계 부동산 경기가 저점을 통과했는지는 나중에 판명되겠지만 세계 부동산 시장의 여건은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부분 전망 기관들은 올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세계 경기가 좋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세계 인구 구성을 볼 때 2010년까지 실수요 측면에서 주택 수요가 강한 편이다.

국제유동성을 보면 정책금리는 일본과 중국을 중심으로 현 수준보다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각종 대안화폐에 따른 퇴장통화(hoarding money) 감소 △레버리지 투자관행 보편화 △저개발국과 구 사회주의권의 자산유동화 진전 등으로 세계부동산 시장의 주변 자금이 '신(新)유동성 장세'라 불릴 만큼 풍부하다.

투자자들의 성향이 바뀌고 있는 점도 앞으로 주가와 부동산 가격의 흐름과 관련해 눈여겨 봐야 한다.

중국의 긴축정책,일본의 엔 캐리 자금 청산,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면서 투자자들의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flight to quality)보다는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resort to risk) 경향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세계 부동산 경기가 살아난다 하더라도 연일 하락폭이 커지고 있는 국내 부동산 시장에 좋은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부동산 관련 규제와 세제 등이 세계 부동산 경기와의 동조화 현상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종전의 인식처럼 세계 부동산 시장과 증시 간의 자금교체(switch) 현상은 요즘에는 일어나지 않는다.

앞으로 세계 부동산 경기가 좋아진다면 세계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