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나 가서야 경기가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상저하고(上低下高)의 예측보다 빨리 실물경기가 좋아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과 환율 안정에 따른 실질소득 개선,세계경제의 상승기조 유지 등으로 경제 여건이 좋아지고 있는 데다 북핵문제 해결에 이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협상 타결로 불확실 요인들마저 해소돼 경기가 상승 탄력을 받고 있다.

이 같은 기대감을 반영한 듯 코스피지수도 1500 선에 바짝 다가서 민간소비와 심리지표들이 더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회복 가능성 높아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의 경기흐름에 대해 "산업생산이 다소 낮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내수를 중심으로 부분적인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재고물량이 다소 늘어나 산업생산이 쉽게 늘어나지는 않겠지만 민간소비가 늘어나고 기업과 소비자들의 심리지표도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국내 경기가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내수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서비스업 활동지수는 1,2월 평균 5.8% 증가(전년동기비)했고 소비재판매도 7% 이상 증가하는 등 개선되는 추세가 뚜렷하다고 KDI는 판단했다.

설비투자에 대해서도 "국내기계수주가 20%대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어 회복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재정경제부는 "국제유가 급등세가 진정돼 교역조건이 개선되고 있다"며 "실질소득(GNI,국민총소득)증가율이 국내총생산(GDP)증가율에 근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재경부는 그러나 "최근 취업자 수 증가폭(2월 26만2000명)을 감안하면 소비회복 가능성을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리지표 개선 뚜렷

경기가 좋아진다는 얘기는 씀씀이가 늘어난다는 얘기고,이를 위해서는 소득이 늘어나야 한다.

통계청이 조사한 가계수입 평가지수는 지난해 11월 90.5에서 올해 3월 94.1로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2.4%였던 GNI 증가율(전년동기대비)이 4분기에 3.3%로 높아진 것과 비슷한 시기에 국민의 가계수입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국제유가와 환율 안정 등으로 GNI 개선 추세가 올해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돼 민간소비와 심리지표가 앞으로도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 3월 신용카드 사용액은 20조5670억원으로 전년 3월(18조3440억원)보다 12.1% 증가하는 등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수출과 설비투자가 관건

내수소비와 심리지표가 빠르게 개선되고 서비스활동 역시 좋아지고 있지만 수출 증가율이 작년보다 둔화되고 취업자 수 증가율도 만족스러운 수준에 도달하지 못해 경기회복을 단언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취업자 수는 지난해 12월 29만명 증가했으나 올해 2월에는 26만2000명 늘어나는 데 그쳐 민간소비 증가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수출은 세계시장 호조로 지난 3월 중 14%대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미국으로의 자동차 수출이 줄어들고 무선통신기기 컴퓨터 등의 수출이 부진해 향후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재경부도 "반도체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해 3월 이후 수출증가 속도가 다소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심리지표들이 많이 개선됐고 북핵 문제와 한·미 FTA 협상 타결 등 불확실 요인들이 제거됐기 때문에 2분기 경기개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그러나 실물경기가 좋아지지 않는다면 반짝경기로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