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이라는 경제대국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여 있는 한국경제가 살아날 길은 무엇일까.'

올 들어 재계를 중심으로 퍼진 '샌드위치론'은 한국경제 전반을 둘러싸고 있는 암울한 현실에 대한 걱정의 발로(發露)였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중국은 쫓아 오고 일본은 앞서 가는 상황에서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다.

이를 극복하지 않으면 고생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한반도의 위치다"며 "앞으로 20년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역시 "일본 업체들은 우리를 견제하고 중국 등 후발 업체들은 턱밑까지 추격해오고 있다"며 한국경제의 앞날을 걱정했다.


재계 원로들이 이처럼 한국경제의 앞날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한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진 국가의 전형적인 증후들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연 4% 수준에서 답보 상태에 있는 잠재성장률,꽉 막힌 기업투자,낙후한 경제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한·미 FTA는 중진국 함정에서 개방을 통해 한국의 성장동력을 재충전시켜 줄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수출과 외자 유치로 선순환 구조 형성


경제전문가들은 FTA가 체결되면 상대방 국가와 교역이 늘어나고 자원 배분이 효율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결국 국민소득의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FTA를 체결한 캐나다 멕시코 칠레의 경우 연평균 미국 수출 증가율이 크게 높아졌다.

캐나다의 경우 1994∼2002년에 연평균 11%,멕시코는 1994~2005년에 연평균 23% 수출이 급증했다.

한국도 이미 FTA를 체결한 싱가포르와 칠레에 대한 수출 증가율이 FTA 체결 이후 연 28~66%에 달한다.

여기에다 EU,중국 등과의 FTA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세계 주요 경제권이 모두 한국의♥안방♥이 돼 세계 40억 인구가 모두 우리 기업들의 고객이 된다.

투자환경이 개선되면서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늘어난다.

산업자원부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한국산업연구원(KIET) 등과 함께 연구한 결과 외국인 FDI는 FTA 체결로 연간 30억달러 이상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외국인의 한국 투자는 2004년 217억9000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2년 연속 감소해 지난해에는 112억3000만달러에 그쳤다.

이처럼 정체 상태에 있는 FDI가 FTA 체결을 계기로 증가세로 반전하면 국내 생산과 고용 증가,수출 및 소비 확대로 이어져 경제 활성화의 선순환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산자부 관계자는 "일본과 EU가 한국에 투자할 금액만 따져봐도 연간 25억달러 이상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고 전했다.

소비자들이 얻는 이익도 크다.

소비자들은 상품과 서비스의 선택폭이 넓어지고 전반적으로 값싼 상품들이 밀려들면서 물가도 안정되는 등 소비자 후생이 크게 늘어난다.

재정경제부는 FTA 체결에 따른 소비자 후생 효과가 최고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신용도도 개선

FTA는 안정적 수출 시장 확보라는 산업적 측면 외에도 국가신용도 등 손에 잡히지는 않지만 긍정적인 후광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 기업과 국가가 그동안 본래 가치에 비해 상당히 저평가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날 기회도 되는 셈이다.

실제로 신용평가 업계에서는 과거에 국제신용평가사 가운데 한 곳이 미국과의 FTA 추진 상황을 한국의 신용등급 관련 중점 점검 사항으로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FTA 타결이 국가신용등급 상향에 우호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무디스의 경우 최근 국가신용등급 조정을 위한 연례협의에서 한국의 거시경제 현황 및 전망,중장기 성장잠재력 확충 방안,재정 및 대외 부문의 건전성,북핵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함께 한·미 FTA 추진 현황을 집중 점검했다.

브루스 클링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 연구원은 "한·미 FTA 타결을 기념비적인 것"이라고 평가한 뒤 "이것이 한국의 신용등급 상승이나 중국,일본에 대한 경쟁력 향상의 기회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산업 전반 구조조정 기회로 삼아야

전문가들은 "FTA 타결 자체도 중요하지만,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FTA 체결 이후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이 뒤따르지 못하면 FTA 효과가 반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FTA를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을 확산시켜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는 주문이 많다.

박태호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장은 "어찌 보면 FTA라는 것도 생물체와 같은 것"이라며 "이득이 거의 없을 수도 있고 극대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FTA를 체결했다 하더라도 반대 세력이 많으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FTA가 가져다주는 혜택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과감한 구조조정의 성공사례를 발견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박 원장은 설명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은 "구조조정 할 때는 확실히 해야 한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며 "예컨대 농산물의 경우 향후 EU와 FTA를 논의할 때도 이슈가 될 텐데,충격을 받을 것은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상당수 분야가 개방 대상에서 제외된 서비스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더욱 힘써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인교 인하대학교 교수는 "이번 협상에서 서비스 분야 개방이 미진한데,서비스는 앞으로 우리가 자발적으로 자유화·선진화 조치를 취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우리가 자발적으로 하면 한·미 FTA 협상과의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고,소득 3만달러 시대에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