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법률시장은 5년 내에 3단계 형태로 완전 개방된다.

협정 발효와 동시에 미국 법률회사는 국내에 사무실을 설치,독자적으로 미국법 및 국제공법에 대한 자문을 할 수 있게 된다.

다만 1단계 개방은 양국 국회에서 서로 비준한 이후에 가능해 구체적인 시기는 다소 유동적이다.

협정 발효 2년 이내에 미국 법률회사는 국내 법인과 업무 제휴를 할 수 있으며,3단계 개방 시기에는 국내 로펌과의 동업 및 합작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국내 법률시장은 상당한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기업 등 소비자 입장에서는 미국 변호사로부터 질 좋은 법률서비스를 제공받는 이점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개인 변호사의 경우 취업 기회가 확대될 수도 있다.

하지만 외국 기업이 포함된 국제거래나 인수합병(M&A),컨설팅 등 국제부문 비중이 높은 중대형 로펌은 시장잠식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시장 개방 노하우와 거대 자본을 앞세운 대형 로펌들이 밀어 닥칠 경우 '텃밭 지키기'가 힘에 부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18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빗장을 열었다.

1987년 외국 변호사의 자문 업무를 제한적으로 허용한 이래 1994년 제한적 동업을,2005년 4월 전면 개방을 각각 허용했다.

그 덕분에 일본의 로펌들은 서서히 덩치를 키우며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소속 변호사 수가 150명을 넘는 1~5위 대형 로펌이 외형적으로나마 개방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6~20위권 로펌은 절반이 넘는 8개가 영미계 로펌에 합병됐다.

소속 변호사가 70명이 넘는 6위권 로펌이 공중분해된 사례도 있다.

영미권을 제외하고는 가장 큰 법률시장을 가졌던 독일은 1998년 전면 개방이 이뤄진 후 10대 로펌 중 2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영미계 로펌에 흡수ㆍ합병됐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변호사 수가 2배 이상 늘면서 2002년의 경우 독일 변호사의 16%가 자격증을 반납하고 일부는 부업을 갖는 형편에 처했다는 보고서까지 나왔다.

프랑스는 시장을 완전 개방했다가 외국 변호사ㆍ로펌의 비중이 지나치게 늘자 개방을 제한하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했던 아픈 경험을 했으며 최근에는 영미계 로펌의 비중이 늘어 토종 로펌들이 고전 중이다.

법률시장 개방의 파장이 얼마나 큰지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5000~1만명 선으로 추정되는 한국계 미국 변호사의 국내 진출 여부도 변수다.

이들이 대형 로펌을 등에 업고 국내에 들어와 국내 변호사와 손을 잡을 경우 상당한 시장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법률사무소의 대형화·전문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국내 로펌들은 변호사 규모가 2000∼3000명에 이르는 미국계 대형 로펌의 공세에 맞서 외형 확대ㆍ전문성 강화ㆍ특화서비스 개발ㆍ틈새시장 확보 등의 다양한 생존전략을 펼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로펌은 이미 몸집 불리기와 특화된 서비스를 통한 틈새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앤장법률사무소를 비롯해 법무법인 화우,광장,태평양은 올해 송무분야 강화를 위해 20∼30명의 변호사를 충원했다.

송무 등 국내법에 관한 한 미국 로펌이라도 문외한일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