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영화제와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47)이 14번째 영화 '숨'을 오는 19일 개봉한다.

그는 지난해 13번째 작품 '시간'을 개봉할 당시 20만명을 동원하지 못하면 국내에서 작품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나 3만명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또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폄하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후 은퇴의사까지 밝혔지만 '숨'으로 다시 영화계에 복귀했다.

"인생을 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지난해 일들은 저에게 어둠이 밝음이고,밝음이 어둠이라는 역설의 철학을 가르쳐 줬어요.

'시간'에 보내준 3만 관객의 소중함을 새삼 절감해 '숨'을 만들게 됐습니다."

'숨'은 남편의 외도로 절망에 빠진 여자가 형 집행을 앞둔 사형수와 소통하면서 희망을 발견하는 이야기.한때 인간의 폭력성을 거침없이 그렸던 김 감독의 작풍이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계기로 한 차례 바뀐 뒤 이 작품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세상과 화해하고 싶은 의지를 보여준다.

특히 '숨'은 고비용·저효율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영화계에 자성을 촉구하고 있는 영화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순제작비가 일반 상업영화의 10분의 1에 불과한 3억7000만원 밖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올해 칸영화제나 베니스영화제에 출품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제 작품에 투자했던 일본 측이 투자를 철회했어요.

그래서 제 작품의 해외판매 회사인 시네클릭아시아와 국내 배급을 맡은 스폰지,그리고 개인 돈을 합쳐 제작비를 조달했습니다.

촬영기간은 9일(일반 상업영화는 평균 2개월)로 줄여 완성했구요.

이제는 저예산으로 영화를 찍는 방법을 터득했고 이에 대한 자신감도 얻었습니다.

제작비를 줄이는 것이 한국 영화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감독은 철저한 준비로 현장에서 시간을 거의 낭비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게다가 국제적인 명성으로 세계적인 배우를 싼 값에 기용한다.

사형수역에 나선 대만스타 장전(張震)은 '와호장룡'에서 장쯔이의 연인으로 출연했다.

장전은 이번에 대사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표정 연기를 선보였다.

"저는 인연을 소중히 여깁니다.

배우 조재현씨와는 5편에서 함께 작업했습니다.

'악어'에서 인연을 맺은 촬영기사는 '섬'에서 다시 촬영감독으로 썼구요.

장전은 5년 전 베니스영화제에서 만나 출연 얘기를 했는데 이번에 그 약속을 지킨 겁니다."

그는 "장전 외에도 여러 외국배우들이 함께 작업하기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현재 시나리오를 10개 정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