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겪는 한미 FTA] 쟁점별 용어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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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협상이 핵심 쟁점을 놓고 막판까지 진통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협상단도 명확한 해법을 찾기가 어려웠던 이번 협상에서 쟁점별 주요 용어 해설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알아보겠습니다.
차희건 기자, 먼저 FTA 협상하면 떠오르는게 개방의 문제이다. 협상과정에서 '개방과 양허'라는 말이 나오는데 어떻게 다른가?
'개방'은 그냥 시장을 여는 것을 뜻하지만 '양허(commitment)'는 개방을 포함해 앞으로도 개방을 물리지 않겠다는 국가간 약속으로 좀 더 구속력이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개방과 양허)
'개방'
금지 규제 풀고 자유롭게 교류하게 함
'양허'
개방 후퇴하지 않겠다는 국가간 약속
예를 들면 한국의 금융시장은 외환위기 이후 전면 '개방'된 상태인데 추가로 '양허'를 하면 개방 수준을 축소하거나 다시 규제를 강화할 수 없는 등 더 이상 후퇴할 수 없게 됩니다.
또한 '양허관세'(tariff concession)는 국가 간 협상을 통해 관세를 일정 세율 이상으로 올리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특정 상품을 양허하게 되면 관세를 정해 놓은 양허세율 이상으로 올릴 수 없습니다.
이번 협상에서 농업 서비스 등 대부분 산업에서 우리측은 '개방 예외'를 요구하는데 비해 미국은 '관세 즉시 철폐'를 주장했다. 어떤 내용인가?
국가 전체의 이득을 위해 세부 분야인 농업이나 서비스업 등 경쟁력이 취약한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농업이라고 해도 가공 농산물의 경우 값싸고 질 좋은 원료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경쟁력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개방예외)
개방 어려운 품목 예외 지정
고관세 민간품목 개방시기 미뤄
이행기간 최대 확보 방안 추진
미국측 '관세 즉시 철폐' 요구
또한 쌀 등 식량안보나 농가경제에 영향이 큰 품목은 '개방 예외' 품목으로 추진하고 당장 관세철폐가 어려운 고관세 민감 품목은 개방 시기를 늦출 수 있도록 이행 기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중입니다.
또한 주로 수입에 의존하는 품목은 급격한 시장파급 효과를 줄일 수 있도록 수입쿼터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데 이에 대해 미국은 '관세 즉시(보통 3년이내) 철폐'를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개방 예외'와 '관세 즉시 철폐' 등 주요 사업의 개방 방식를 놓고 협상하는 과정에서 관례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나?
일반적으로 네거티브 방식과 포지티브 방식으로 나누어 집니다.
농업이나 서비스 분야의 개방 원칙은 주로 네거티브 방식(포괄주의)을 따르는데 이는 개방하지 않을 분야만을 적어 놓고 나머지는 모두 개방하는 방식입니다.
(네거티브 VS 포지티브)
*네거티브 방식(포괄주의)
개방하지 않을 분야 목록 제시
*포지티브 방식(열거주의)
개방할 분야 일일이 열거 명시
예를 들면 양측이 '개방 예외(유보)' 리스트를 합의한 경우 개방하지 않을 분야의 목록을 나열하는데 쌀 쇠고기 등 구체적인 품목을 지적합니다.
그러나 금융 등 일부 분야에서는 포지티브 방식(열거주의)을 많이 쓰는데 개방할 분야를 일일이 명시하는 방식으로 이는 WTO 협상에서 주로 사용합니다.
섬유 의류분야에서는 원산지규정을 놓고 쟁점이 됐는데 설명해달라.
원산지규정은 상품의 국적을 판정하는 기준으로 품목별로 다른데 이번에 섬유 의류 분야에서 쟁점이 됐습니다.
한국은 중국 등에서 실 등을 수입해 국내에서 옷과 봉제품 등을 만들면 이를 한국산으로 인정하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미국은 원사는 물론 생산부터 최종 제품까지 모든 과정이 한국에서 이뤄져야 한국산으로 인정해 무관세 혜택을 준다는 '얀 포워드(yarn forward)' 방식을 주장했습니다.
('얀 포워드' 방식)
미국의 대표적 비관세 장벽
직물·의류제품 원자재 규제
원사 생산지 따라 원산지 규정
섬유업계 수출 규제, 타격 우려
'얀 포워드(yarn forward)'는 미국의 대표적인 비관세 장벽 가운데 하나로 직물·의류 등 섬유 완제품에 들어가는 기초 원자재인 '실(원사)' 생산지에 따라 원산지를 규정하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는 실 등 섬유 원부자재를 중국 등에서 수입해 완제품으로 수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얀 포워드가 완화되지 않을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관세철폐 효과를 누리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의약품 분야에서는 '자료독점'이 쟁점이 되고 있는데 어떤 뜻인가?
한미FTA 지적재산권 분야 협상에서 자료보호 범위가 '유사의약품'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자료독점 규정)
신개발 신약 5년간 사용 규제
임상정보 제출 3년간 원용 금지
국내 업계 연구 개발 차단
국내 제약업계 심각한 타격 우려
제약업계에서는 "자료독점권이 유사의약품까지 확대될 경우 특허연장효과에 대한 추정이 불가능할 뿐더러 5년간 약 1조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며 "제네릭 위주 산업에서 개량신약을 발판으로 성장을 모색해온 국내 업계의 연구개발이 사실상 전면 차단될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자료보호 범위를 유사의약품까지 하기로 했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밝혔습니다.
미국은 1984년 세계최초로 '자료독점(Data Exclusivity)'규정을 도입(Hatch-Waxmann법)하여 새로운 화학물질을 사용한 신약의 경우 최소 5년간, 새로운 임상정보가 제출될 경우에는 최소 3년간 후발 신청자의 자료 원용을 금지하고 있어 이범위가 확대될 경우 국내 제약업계는 심각한 타격이 우려됩니다.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을 인정하느냐를 놓고 빌트인(built-in)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어떤 의미인가?
한·미 FTA협상에서 막판까지 조율되지 않은 쟁점은 협정발효 후 다시 논의하는 '빌트인(built-in)' 어젠다로 분류돼 처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빌트인 어젠다' 방식)
민감 사안, 협상 대상에서 제외
별도 의제로 다루는 협상 방식
개성공단 생산 제품에 적용
'선타결 후협상' 쟁점 확대 예상
'빌트인 어젠다 방식'은 극도로 민감한 사안이나 쟁점은 아예 협상 대상에서 제외하고 별도 의제로 미뤄 놓는 협상 방식입니다.
서로 양보할 수 없는 민감한 문제에 집착하다 협상 전체가 결렬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데 개성공단 생산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가 빌트인 방식이 적용됩니다.
이외에도 미측이 추가로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는 노동분야 의제로는 복수노조와 비정규직 문제 등이 꼽히고 있으며 '선타결 후협상'으로 진행될 경우 빌트인 방식으로 처리할 쟁점이 많아질 수 있습니다.
이번 협상 시한이 당초 오늘(31일) 오전 7시에서 4월2일 새벽 1시로 연장되면서 '무역촉진권한(TPA)'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왜 그런가?
'무역촉진권한(TPA)'은 미국 의회가 행정부에 통상 협상 권한을 위임하는 것을 말하는데 과거의 '신속협상권(Fast Track)'을 부시 행정부에서 새롭게 만든 용어입니다.
의회가 행정부에 협상 전권을 부여한 채 협상 내용에는 일일이 관여하지 않고 나중에 합의문에 대해 찬반 투표만 실시하는 제도로 미국 부시 행정부의 TPA는 오는 6월 30일까지 시한이 만료됩니다.
('무역촉진권한(TPA)')
미 의회, 행정부에 협상 권한 위임
'신속협상권' 부시 행정부 변경 적용
의회 심의 90일전까지 협상결과 보고
4월2일 1시 타결, 6시 타결 의회통보
보통 의회 심의 90일 전까지 협상 결과를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한-미 FTA는 한국시간으로 3월 31일 오전 7시를 협상 시한으로 삼은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협상이 4월2일로 연장이 되어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양측은 2일 새벽 1시까지 잔여쟁점에 대한 추가 협상을 벌여 타결이 되면 미측은 자국의 무역촉진권한(TPA) 절차에 따라 2일 오전 6시(미국시각 1일 오후 5시)까지 협상 타결의사를 미 의회에 통보할 계획입니다.
차희건기자 hgcha@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