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협상종료 '카운트다운'] 쇠고기.車 분야 서로 소폭 양보案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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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동도 않던 양국 협상단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오늘(29일) 오후부터 통상장관들이 풀리지 않은 쟁점을 한꺼번에 테이블에 올려놓고 담판을 짓기 시작했다.
결국 타결되지 않겠는가."(협상단 고위 관계자)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답답하게 진행되던 한·미 통상장관 회담이 29일 오후부터 긴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시한을 30여시간 남겨놓고 마침내 양국이 내놓을 수 있는 양보안을 모두 꺼내놓는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이 된 셈이다.
특히 이날 밤엔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통해 자동차 농업 섬유 등 주요 의제에 대해 중점 협의하고,각각 협상단에 상호 최대의 유연성을 가지고 협상하도록 지시키로 합의함에 따라 30일은 역사적인 '한·미 FTA 타결의 날'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졌다.
◆차와 농업도 조금씩 진전
양국 통상장관이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쟁점은 △자동차 △농산물 △방송·통신서비스 △금융 일시 세이프가드 △저작권 보호기간 등 지식재산권 △투자자·국가 간 소송제(ISD) △무역구제 △개성공단 △섬유 등 10여개다.
그 중 핵심이 자동차와 농산물이다.
29일 자동차 협상에선 미국이 처음으로 일부 선결조건을 전제로 승용차 관세를 3년 내,픽업트럭은 10년 내에 철폐하는 관세 양허안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협상단 관계자는 "기대에 못 미친다"고 말했다.
한국은 승용차 관세는 즉시 철폐하고 픽업트럭은 3∼5년 내에 철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농업 고위급 협상에선 민감 농산물에 대한 관세 협상에서 일부 의견 접근을 이뤘다.
고위급 한국 대표인 민동석 농림부 차관보는 "관세율의 구체적인 수치와 현실적인 안을 바탕으로 논의했다"며 "대부분 민감품목에 대한 입장차가 크지만 일부는 의견 접근한 것도 있다"고 말했다.
박홍수 농림부 장관은 이날 "쇠고기 관세를 완전히 철폐하기는 어렵다"며 "축산농가의 경쟁력이 견딜 만한 수준까지는 관세를 낮출 수 있지만 이 역시 최소 10년 이상의 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낮춰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관건인 쇠고기 검역 문제는 진전이 없다.
섬유분야는 타결 전 막판 조율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재훈 산업자원부 제2차관은 "우회수출 방지대책과 양허안,세이프가드,원산지 문제 등 모든 분야에 대해 상당 부분 이견을 좁혔다"며 "섬유 개방안 문제에 대해 수출물량 확대라는 기존 입장을 거듭 요청했고 미국이 깊이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30일 막판 빅딜 가속화
이렇게 풀리지 않던 자동차와 농산물 섬유협상이 조금씩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날 밤 이뤄진 정상 간 통화로 30일 회담은 본격적인 '빅딜'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협상단 관계자는 "핵심 쟁점에 대한 최종 결정만 남은 상태에서 양국의 최고 정책결정권자인 대통령들이 서로 최대한 상호 유연성을 갖기로 한 만큼 이제 협상 타결은 기정사실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동차 농산물 섬유 등 남은 쟁점이 많은 것처럼 보여도 상당 부분 연계돼 있어 하나가 먼저 해결되면 모두 한꺼번에 풀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즉 미국이 한국의 핵심 요구사안인 자동차 관세를 3년 이내에 철폐해줄 경우 한국은 자동차 세제 개편과 함께 미국의 최대 관심사인 쇠고기 검역이나 관세 문제에서 일정 부분 양보할 수 있다.
이렇게 쇠고기 문제를 얻어낸 미국은 한국의 민감 농산물을 일정 부분 인정해줄 가능성이 있다.
양국은 이런 방식으로 협상을 일괄타결(Single Undertaking)하고 30일 밤 14개월을 끌어온 협상의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관측된다.
박준동/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