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한 협상 시한이 임박하면서 타결을 향한 양측의 마지막 힘겨루기가 열기를 더하고 있다.

양측 협상단은 협상의 진행상황에 대해 일체 입을 다문 채 늦어도 30일 오전까지는 서로에게 던질 최후 카드를 만드는데 여념이 없다.

협상장을 드나드는 양측 협상단은 이전에 볼수 없었던 심각하고 굳은 표정이어서 일촉즉발의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다.


◇ 농업 신경전 고조


O..지난 주 고위급 협상 이후 쉬지 않고 실무 절충을 벌여온 농업분야에서 마지막 샅바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농업협상을 책임지고 있는 민동석 농림부 통상정책관은 "딜 브레이커(협상결렬 요인)가 될 각오도 돼있다"는 말로 현재 우리측의 협상 태세를 설명했다.

특히 최대 쟁점인 쇠고기 분야에서 우리측은 최근 미국 육류수출업체 회의에서 일부 업체들이 '뼛조각이 발견된 박스만 반송한다'는 우리측 원칙을 수용해 대(對)한 수출 의사를 내비쳤지만 조직 차원에서 '담합'을 해 이를 막았다는 첩보를 입수, 미국 협상단에 공개하며 무리한 요구를 접도록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우리측의 공세적 방어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대통령까지 나서 쇠고기 공세의 강도를 더욱 높여가고 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자국 축산농가 대표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미국산 쇠고기에 제한적으로 시장을 개방한 한국과 일본 등을 겨냥, "미국산 쇠고기에 금지조치를 취하고 있는 시장들을 개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는 외교정책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자국 대통령의 공개 언급까지 이뤄진 상황에서 미국측 역시 물러서기가 힘들아 쇠고기 문제는 막판까지 진통이 불가피해졌다.

쇠고기외에 쌀, 돼지고기, 오렌지 분야에서도 한국시장의 개방여부와 폭을 놓고 여전히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협상장 주변에서는 쌀,쇠고기,오렌지 정도가 장관급 회담의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車.섬유.금융 협상단 '묵묵부답'

0..농산물에 버금가는 최대 쟁점인 자동차 분야는 양측이 명분과 실리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고 있어 역시 끝까지 갈 의제다.

특히 전날 미국이 드디어 자동차 관세 양허안을 제시했으나 전체 대미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제안은 우리측 기대에 못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늦은 저녁 각종 자료를 챙겨든 채 과천 정부종합청사로 이동해 미국의 양허안 검토에 나선 우리측 협상단은 어두운 표정을 지은 채 "(협상 진행상황에 대해) 밝히기 어렵다"는 언급만 반복했다.

급격한 국내 자금의 이탈을 막기 위한 일시 세이프가드 문제를 다루는 금융협상도 장관급 담판을 목전에 두고 신경전이 심하다.

석유업체 셰브론을 비롯한 미국의 대기업들이 일시 세이프가드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미측도 이 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의 강도가 높아졌고 이에 따라 협상장을 드나드는 우리측 협상단은 이전보다 어두운 표정을 지은 채 언급 자체를 회피하고 있다.

28일 저녁 사실상의 최종 카드를 제시한 섬유 분야는 장관급 최종 담판 이전의 마지막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이재훈 산업자원부 제2차관은 "서로의 제안을 검토하기 위해 오늘 오전 회의를 취소했다"며 서로 모종의 제안이 있었음을 시인한 뒤 "오늘 오후 속개하면 저녁께에는 말할 것이 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 노 대통령 "한 두개 꼭지 따야될지도" 발언 주목

0..이런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교민 간담회에서 한미FTA에 대해 "한국에 들어가서 마지막 보고를 받고 마지막 한 두개 꼭지를 따야 될지도 모르겠다"고 언급한 점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청와대가 내놓은 공식 해석은 "쌀,쇠고기 관련 사안으로 이것들이 주고받는 패키지라서 한 두개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사실상 30일 오전까지 양측 협상단이 타결한 내용이 대통령에 보고되면 최후 쟁점의 타협선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결정을 내리겠다는 의미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 경우 협상의 타결을 전제한다면 쇠고기 문제에 대한 우리측의 해결 약속과 한국의 명분을 살릴 수 있는 개성공단이나 무역구제, 자동차 등에 대한 미국의 긍정적 입장이 교환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어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다.

협상단의 고위 관계자는 "협상 자체는 타결을 목표로 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아직까지는 타결 가능성을 50대 50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