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창설 50주년] (5) 세계 금융중심 영국은 '쾌속항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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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독일 등 유럽대륙을 여행하다 영국으로 건너가면 당장 몇 가지 불편함에 직면하게 된다.
EU 회원국 내 이동이라도 까다로운 여권 검사를 받아야 한다.
마치 미국에 입국할 때 느끼는 당혹감을 떨치기 어렵다.
영국은 역내 국경 폐지의 정신을 담은 셍겐조약 가입을 유보했기 때문이다.
또 지갑에 넣어둔 유럽 단일 화폐인 유로화를 사용할 수 없다.
반드시 파운드화로 환전해야 한다.
공항을 나서면 자동차 핸들이 오른쪽에 붙은 자동차를 만나게 된다.
택시나 버스를 탈 때 일단 멈칫할 수밖에 없다.
호텔 방에 들어서면 또 다른 불편함에 직면하게 된다.
소켓의 모양이 달라 대륙에서는 불편 없이 사용했던 노트북PC나 면도기의 플러그를 꽂을 수 없어서다.
다양한 소켓에 연결이 가능한 이른바 '월드 커넥트 AG'를 휴대해야 한다.
영국은 분명 EU 회원국이지만 철저하게 선택적 탈퇴(opt-out) 입장을 고수해온 결과다.
하지만 영국은 요즘 EU 회원국 중 가장 잘 나가는 국가다.
런던 중심가에 들어서면 곳곳이 공사 중인 게 이를 말해준다.
특히 금융 중심지인 '시티 오브 런던'은 외국 금융회사들이 몰려들어 증·개축이 한창이다.
시티의 부지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신축은 아예 꿈도 못 꾼다.
따라서 HSBC 씨티그룹 등 세계적 금융회사들은 런던 동쪽에 위치한 신도시인 카나리워프로 이전했다.
카나리워프도 빈 공간마다 거대한 크레인이 치솟아 있다.
시티 오브 런던 행정청의 한 관계자는 "현재 양 지역에서 근무하는 고소득 금융인은 50만명을 넘어섰다"며 "카나리워프 지역은 연 10% 이상 성장하고 있어 조만간 시티만큼 발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 시티 측이 제시하는 각종 국제자금의 흐름을 보면 그의 말이 호언만은 아닌 듯하다.
4년여 전 미국이 사베인스-옥슬리법을 도입,뉴욕증시 상장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덕에 규제 최소화 원칙을 고수한 런던증시는 세계 1위 증권거래소로 발돋움했다.
국가 간 은행대출 외환거래 장외파생상품거래 국제채권거래도 미국을 추월했다.
헤지펀드의 21%가 런던에서 운용된다.
세계 유동자금의 30%가 거쳐간다는 게 시티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런던과 인근 지역은 부유한 금융인들이 몰려들어 지금도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등지에서 부동산 거품 붕괴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이곳은 예외 지역이다.
불룸버그통신은 "런던이 세계 금융 중심지로 자리잡으면서 고급 주택의 공급 부족 양상이 계속돼 집값이 3월 중에도 전월 대비 평균 1.8%,전년 동기보다는 22%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영국이 1992년 이후 58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구가한 것도 금융산업과 여기서 파생된 부동산 호황 덕으로 봐도 된다.
영국은 2차산업 비중이 25% 정도에 불과한 등 제조업이 사실상 무너진 상태다.
자동차의 고향이지만 롤스로이스와 같은 영국 자동차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로버도 얼마 전 중국 기업에 넘어갔다.
파운드화 환율이 10년 전 1.2달러 수준에서 지금은 2달러에 육박하고 있지만 이를 걱정하는 영국인이 많지 않은 이유도 서비스국가로 이미 방향을 전환한 까닭이다.
외국인 투자 규모가 프랑스의 3배가 넘는 1640억달러(OECD 추정)에 달하는 등 EU 회원국은 물론 미국을 앞선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영어가 통용될 뿐 아니라 영업시간 제한 등 경제활동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는 게 첫번째 이유다.
1980년대 당시 마거릿 대처 총리가 세운 무파업 전통도 한몫하고 있다.
전경진 한국은행 런던사무소 차장은 "영국인들은 영어를 활용해 돈을 버는 전략이 미국보다 한수 위인 것 같다"며 "금융서비스 영어학원 패션산업 관광을 집중 육성하는 게 대표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영국은 EU 회원국 중 폴란드 등 동유럽이나 북아프리카 근로자들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문을 열어 놓고 있다.
1990년대 10%를 웃돌던 실업률이 이제 5%대로 떨어져 힘든 3D직종 및 전문직 인력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을 비롯한 외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여왕까지 나서 총력전을 폈던 서유럽의 빈국이던 영국.이제 영어와 서비스산업을 무기로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EU 회원국 가운데 가장 잘 사는 국가로 발돋움했다.
런던=김영규/바르샤바=안정락 기자 young@hankyung.com
EU 회원국 내 이동이라도 까다로운 여권 검사를 받아야 한다.
마치 미국에 입국할 때 느끼는 당혹감을 떨치기 어렵다.
영국은 역내 국경 폐지의 정신을 담은 셍겐조약 가입을 유보했기 때문이다.
또 지갑에 넣어둔 유럽 단일 화폐인 유로화를 사용할 수 없다.
반드시 파운드화로 환전해야 한다.
공항을 나서면 자동차 핸들이 오른쪽에 붙은 자동차를 만나게 된다.
택시나 버스를 탈 때 일단 멈칫할 수밖에 없다.
호텔 방에 들어서면 또 다른 불편함에 직면하게 된다.
소켓의 모양이 달라 대륙에서는 불편 없이 사용했던 노트북PC나 면도기의 플러그를 꽂을 수 없어서다.
다양한 소켓에 연결이 가능한 이른바 '월드 커넥트 AG'를 휴대해야 한다.
영국은 분명 EU 회원국이지만 철저하게 선택적 탈퇴(opt-out) 입장을 고수해온 결과다.
하지만 영국은 요즘 EU 회원국 중 가장 잘 나가는 국가다.
런던 중심가에 들어서면 곳곳이 공사 중인 게 이를 말해준다.
특히 금융 중심지인 '시티 오브 런던'은 외국 금융회사들이 몰려들어 증·개축이 한창이다.
시티의 부지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신축은 아예 꿈도 못 꾼다.
따라서 HSBC 씨티그룹 등 세계적 금융회사들은 런던 동쪽에 위치한 신도시인 카나리워프로 이전했다.
카나리워프도 빈 공간마다 거대한 크레인이 치솟아 있다.
시티 오브 런던 행정청의 한 관계자는 "현재 양 지역에서 근무하는 고소득 금융인은 50만명을 넘어섰다"며 "카나리워프 지역은 연 10% 이상 성장하고 있어 조만간 시티만큼 발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 시티 측이 제시하는 각종 국제자금의 흐름을 보면 그의 말이 호언만은 아닌 듯하다.
4년여 전 미국이 사베인스-옥슬리법을 도입,뉴욕증시 상장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덕에 규제 최소화 원칙을 고수한 런던증시는 세계 1위 증권거래소로 발돋움했다.
국가 간 은행대출 외환거래 장외파생상품거래 국제채권거래도 미국을 추월했다.
헤지펀드의 21%가 런던에서 운용된다.
세계 유동자금의 30%가 거쳐간다는 게 시티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런던과 인근 지역은 부유한 금융인들이 몰려들어 지금도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등지에서 부동산 거품 붕괴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이곳은 예외 지역이다.
불룸버그통신은 "런던이 세계 금융 중심지로 자리잡으면서 고급 주택의 공급 부족 양상이 계속돼 집값이 3월 중에도 전월 대비 평균 1.8%,전년 동기보다는 22%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영국이 1992년 이후 58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구가한 것도 금융산업과 여기서 파생된 부동산 호황 덕으로 봐도 된다.
영국은 2차산업 비중이 25% 정도에 불과한 등 제조업이 사실상 무너진 상태다.
자동차의 고향이지만 롤스로이스와 같은 영국 자동차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로버도 얼마 전 중국 기업에 넘어갔다.
파운드화 환율이 10년 전 1.2달러 수준에서 지금은 2달러에 육박하고 있지만 이를 걱정하는 영국인이 많지 않은 이유도 서비스국가로 이미 방향을 전환한 까닭이다.
외국인 투자 규모가 프랑스의 3배가 넘는 1640억달러(OECD 추정)에 달하는 등 EU 회원국은 물론 미국을 앞선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영어가 통용될 뿐 아니라 영업시간 제한 등 경제활동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는 게 첫번째 이유다.
1980년대 당시 마거릿 대처 총리가 세운 무파업 전통도 한몫하고 있다.
전경진 한국은행 런던사무소 차장은 "영국인들은 영어를 활용해 돈을 버는 전략이 미국보다 한수 위인 것 같다"며 "금융서비스 영어학원 패션산업 관광을 집중 육성하는 게 대표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영국은 EU 회원국 중 폴란드 등 동유럽이나 북아프리카 근로자들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문을 열어 놓고 있다.
1990년대 10%를 웃돌던 실업률이 이제 5%대로 떨어져 힘든 3D직종 및 전문직 인력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을 비롯한 외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여왕까지 나서 총력전을 폈던 서유럽의 빈국이던 영국.이제 영어와 서비스산업을 무기로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EU 회원국 가운데 가장 잘 사는 국가로 발돋움했다.
런던=김영규/바르샤바=안정락 기자 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