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安熙正)씨는 26일 "지난해 10월 20일 베이징(北京)에서 북한 리호남 참사를 만난 적이 있다"며 "북측의 태도가 기대 만큼 전향적이지 않아 평양에서의 2차 만남은 거절했다"고 말했다.

안씨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북한 미사일 실험 이후 대북 쌀 지원이 중단되고 남북 대화채널이 무너진 상황에서 지난해 9월 북측으로부터 만나자는 제안이 들어왔다"며 북측이 대한무역진흥공사 출신의 권오홍씨를 거쳐 국내 주간지 북한 담당 기자를 통해 자신에게 연락해왔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상황이 심상치 않아 만났지만 북측의 태도가 위기상황을 풀만큼 전향적이지 않았고 대화 파트너로 받아들이기 어려워 30분만에 대화가 끝났다"며 "이후 북측에서 평양으로 와달라는 제안이 있었지만 내가 나설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 거절했다"고 말했다.

안씨는 `당시 베이징 만남에서 남북정상회담에 관한 대화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설령 그런 얘기를 나눴다 해도 북측 파트너가 그런 얘기를 할 만한 권한을 가진 상대가 아니었고 핵실험으로 조성된 한반도 위기를 풀만한 포괄적 논의에 적절치 않은 만남이었다"고 에둘러 답했다.

그는 이후 이해찬(李海瓚) 전 총리와 열린우리당 이화영(李華泳) 의원의 방북이 이뤄진 배경에 대해 "이화영 의원이 방정환 기념사업회 등 북측과 접촉 창구가 있어서 진행된 것으로 알지만 구체적인 진행내용은 모른다"고 말했다.

앞서 안씨와 북측의 만남을 주선한 권오홍씨는 이날 발매된 `주간동아'에 공개한 비망록을 통해 "안씨가 리호남 참사와 만난 자리에서 `공식라인을 살려서 특사 교환과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며 "리 참사는 `확정 회담'이라는 과정을 거쳐 특사와 정상회담을 진행하자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현재 일본에 체류 중인 이화영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조순용의 아침저널'에 출연, "남북관계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우리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해찬 전 총리께서 대선 후보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