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FTA 고위급 회의 개막 ‥ 30일 최종 타결 목표로 긴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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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시한을 닷새 앞두고 26일 열린 최종 통상장관급 회담은 과거 아홉 차례의 협상과는 사뭇 다른 긴박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첫날인 탓인지 별 진전도 이뤄내지 못했다.
결국 양국은 시한(31일 오전 7시)을 코앞에 두고야 양보안을 모두 꺼내놓는 '진실의 순간'을 거쳐 타결을 이뤄낼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29일까지 협상을 끝내고 30일 타결 사실을 공표하는 일정을 마지노선으로 잡아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날인 만큼 전망은 불투명하다" "당초 기대에 못 미치거나 쌀 양허와 같이 수용할 수 없는 것을 요구하면 협상이 결렬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단호하게 대응하겠다" "3월 협상 시한에 얽매여 무리하게 타결하는 일도 없을 것임을 다시 한 번 이야기한다"
김종훈 수석대표가 첫날 브리핑에서 부정적 멘트를 쏟아내면서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협상 막바지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과 '미국의 강공으로 상황이 매우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주류를 이룬다.
이에 대해 협상단 관계자는 "김 대표가 미국 협상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브리핑에 임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전했다.
○…'빅딜'을 앞둔 시점인 만큼 양국의 '스파이전(?)'도 치열하다.
카란 바티아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오후 6시40분 브리핑에 나서자 한국 협상단 관계자가 기자 주변에 몰려들어 일일이 내용을 받아 적은 데 이어 오후 7시 김 대표 브리핑 때는 스티브 노튼 USTR 대변인이 한국 말에 능통한 미 대사관 내 미국인 직원을 대동,한 마디도 빠뜨리지 않고 녹취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김 대표나 바티아 부대표 모두 협상 내용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바티아 부대표는 1분간 준비해 온 글을 읽은 뒤 질문은 받지 않은 채 자리를 떴고 김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홈 어드밴티지가 있을 것입니다." 한국 협상단 관계자의 말이다.
이번이 최종 협상인 만큼 매일 매일 협상 결과와 진행 상황을 본국에 보고하고 권한을 위임받는 과정이 필요해 미국 협상단이 매일 밤잠을 설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미국은 서머 타임이 이달 초 시작돼 미국 시간으로 아침 9시가 한국 시간으로는 밤 10시가 된다.
즉 미국 협상단은 낮 시간에 협상한 뒤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까지는 본국과 교신해야 하는 상황이다.
○…웬디 커틀러 미국 수석대표가 이날 '코러스(KORUS·한국과 미국의 영문 국가명을 붙여 줄인 말) 베이비'의 백일 사진을 보고 매우 기뻐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러스 베이비란 지난해 12월5일 미국 몬태나주 빅스카이에서 열린 5차 협상 와중에 태어난 한국 협상단 권혁우 사무관(통상교섭본부)의 첫딸을 말한다.
커틀러 대표는 당시 만삭인 아내를 두고 출장 왔다가 건강한 딸을 얻은 권 사무관에게 "'코러스 베이비'의 출산을 축하한다"고 쓴 편지와 예쁜 아기 옷을 선물로 건넸다.
커틀러 대표는 지난 2월 7차 협상 마지막 브리핑 때 아들인 라이언(7)을 동반하는 등 강한 모성애를 보여주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