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창설 50주년] (2) 동유럽 수출의 80% 외국기업들이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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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GE,IBM,지멘스,필립스,일렉트로룩스,플렉스트로닉스….
이들 글로벌 기업의 공통점 중 하나는 바로 헝가리에 생산 기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헝가리는 수출의 80% 이상을 외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인근 폴란드도 외국 기업이 투자적격지로 선호하기는 헝가리 못지않다.
서구의 주요 제조업체는 물론 연구·개발(R&D)센터도 잇달아 문을 열고 있다.
특히 옛 수도인 크라쿠프에는 세계 최대 검색엔진 업체인 구글은 물론 모토로라 IBM 등이 연구소를 설립했다.
동유럽이 2004년 유럽연합(EU)에 가입한 이후 '유럽판 마킬라도라'로 비견되곤 하는 것도 이런 분위기의 반영이다.
10년 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발효를 앞두고 미국 시장을 겨냥한 세계의 기업들이 물밀듯 몰려든 멕시코의 국경 지역과 유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동유럽은 서구 기업들의 니어쇼어링(nearshoring,근지대 아웃소싱) 허브가 됐다.
스위스의 내의 생산업체인 '칼리다'가 인도에 있던 오프쇼어링(offshoring) 기지를 폐쇄하고 헝가리로 이전한 게 대표적인 예다.
인도는 동유럽보다 인건비는 좀더 싸지만 노동력이 기대에 못 미치고 운송 기간도 길어 납기를 제때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폴란드에선 프랑스 및 네덜란드 회사들의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네덜란드계 필립스라이트닝은 필라 지역에 공장을 신설해 유럽 최대 전구 제조 지역으로 탈바꿈시켰다.
세계 최대 신발업체인 클라크는 서유럽 국가 중 비교적 인건비가 저렴한 편인 포르투갈에서 루마니아로 이전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동유럽 투자 형태가 고부가가치화되는 것도 눈여겨볼 변화다.
종전에는 고급품은 자국에서 생산하고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은 생산기지를 동유럽으로 이전했지만 최근엔 주력 제품 생산 기지까지 옮겨가고 있다.
월풀 프랑스법인은 고급형 세탁기 생산 공장을 프랑스에서 슬로바키아로 이전하고 프랑스 내에서는 일부 신제품만 생산한다.
동유럽의 최대 무기는 역시 서유럽의 20~25%에 불과한 싼 인건비다.
폴란드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2006년 1~3분기 현재 약 2500즈워티(약 75만원) 정도,단순 생산직은 1400즈워티(42만원) 수준이다.
서유럽 국가 중 인건비가 가장 비싼 편인 독일과 비교하면 2004년 EU존에 진입한 폴란드 헝가리 등은 5분의 1,올해 가입한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은 10분의 1이다.
이들 국가에서 생산한 제품도 관세를 물지 않고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에 팔 수 있게 된 지금 매력적인 임금 수준임에 틀림없다.
물론 동유럽 국가들은 아직 사회간접자본 시설이나 도로가 열악하고 자체 구매력이 낮아 외부 의존도가 높은 한계를 안고 있다.
헝가리 체코 폴란드 등지에서는 외국 기업의 진출로 인건비가 빠르게 상승하는 문제점도 나타난다.
이에 대해 윤희로 KOTRA 부다페스트 무역관장은 "서구 기업들이 후발 주자 격인 루마니아나 불가리아 우크라이나 등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헝가리 체코 폴란드 등은 서유럽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지정학적 이점과 EU 차원의 활발한 지원 등을 감안할 때 투자 매력은 여전히 크다"고 지적했다.
보이체크 셸라고프스키 폴란드 투자청 부청장은 "동유럽에 아직도 투자하지 않았다면 고속성장의 기차를 놓치는 격"이라고 강조했다.
바르샤바·프라하·부다페스트=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