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매수를 위해 고객이 증권사에서 빌린 신용융자액이 지난 2월부터 가파르게 증가해 1조원을 넘어섰다.

정보기술(IT) 거품으로 주가가 고공비행하던 2000년 이후 7년여 만에 최대다.

23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신용융자액은 지난 21일 기준 1조75억원에 달했다.

연초 5000억원 선이던 신용융자 규모는 2월 초부터 급증,한달반 만에 두 배 넘게 불어났다.

최근 30일(거래일 기준) 동안 하루 평균 180억원씩 증가했다.

신용융자 급증 배경은 2월부터 신용거래의 연속재매매가 허용돼 데이 트레이딩이 가능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전에는 신용융자로 매수한 주식을 팔아 매각대금이 입금돼야 재매수에 나설 수 있었지만 2월부터는 '입금예정금액'을 보증금으로 사용해 매도 직후에도 바로 주식 매수가 가능해졌다.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융자 한도와 기간을 늘린 새 제도를 선보이며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또 5월부터는 사실상 미수거래가 금지되기 때문에 신용융자 급증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손지선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수금 규모를 감안할 경우 5월 초에는 신용융자액이 3조원대로 훌쩍 커질 것"이라며 "신용융자는 3~6개월 동안 강제 매매 없이 투자할 수 있어 시장 불안정성을 크게 높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