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전략 2題] 델컴퓨터 30만원대 초저가 PC로 '승부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세계 PC 업계에서 수년간 1위를 지켜오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휴렛팩커드(HP)에 자리를 내준 미국의 컴퓨터 회사 델(Dell)이 초저가 컴퓨터를 출시,중국·인도·브라질 등 신흥시장을 집중 공략할 예정이다.
북미시장에서 실적 악화에 고민하고 있는 델이 신흥시장에 주력,이를 극복해 나가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델 창업주인 마이클 델 회장은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서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PC시장"이라며 "중국에서 대당 2599~3999위안(약 31만~48만원) 선인 초저가 컴퓨터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델이 온라인을 통해 중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가장 싼 PC의 가격보다도 50% 이상 저렴한 것.
델은 특히 중국 PC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인구 100명당 7명이 PC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인구 100명당 2명이 PC를 보유하고 있는 인도에 비해 세 배 이상 높은 비율이다.
중국에서 지난해 판매된 PC만 2500만대에 달한다.
델이 이번에 발표한 초저가 컴퓨터(모델명 EC280)는 비슷한 성능의 다른 회사 제품보다 가격이 40%가량 저렴하다.
인텔 중앙연산장치(CPU),메모리 512메가바이트(MB),하드디스크 40~80기가바이트(GB)를 갖춘 제품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XP 운영체제도 포함돼 있다.
델은 컴퓨터를 처음 사거나 인터넷을 주로 이용하는 초보자를 주 공략 대상으로 삼을 예정이다.
또한 단순히 중국 판매에만 그치지 않고 인도 브라질 등 다른 신흥시장에서도 PC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도이치증권의 바오 빈 분석가는 이 같은 델의 중국 공략에 대해 "중국에서는 소규모 도시를 중심으로 컴퓨터를 사려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며 "중국 PC시장의 빠른 성장이 델의 실적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델이 저가 공세로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북미시장의 실적 악화가 주 이유다.
그동안 델은 중간 유통망을 거치지 않고 전화 인터넷 등으로 고객의 주문을 받는 직거래 방식으로 PC 가격을 대폭 낮춰 수년간 PC 업계 1위를 지켜왔다.
하지만 지난해 델은 배터리 불량에 따른 노트북 PC 410만대 리콜과 잇따른 실적 부진으로 인해 업계 1위 자리를 HP에 내주는 등 경영난이 가시화됐다.
가격 경쟁이 극심한 중국에서도 델의 성과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PC의 20%가량은 300~400달러 선의 저렴한 제품들.델은 중국시장 점유율에서 10%에 그쳤다.
레노버와 파운더테크놀로지에 뒤진 3위의 성적이다.
또한 레노버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150달러 상당의 초저가 제품으로 저소득층을 공략하고 있으며,대만의 콴타컴퓨터와 반도체 업체 AMD 등은 개발도상국 학생들에게 100달러짜리 노트북을 지급하는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델은 지난해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한 회사의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올 1월에는 당시 최고경영자(CEO)이던 케빈 롤린스를 경질하고 창업주인 마이클 델 회장을 CEO로 복귀시키기도 했다.
2004년 7월 케빈 롤린스 CEO에게 자리를 내주고 물러났던 델 회장이 결국 추락하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다시 돌아온 것.
델 회장은 경영 일선으로 복귀한 뒤 회사에 만연한 관료주의를 없애고 비용을 줄일 것을 강조하는 등 구조조정의 칼을 빼들었다.
그는 20여명인 고위 간부를 12명 선으로 축소했고 이어 자신이 앞으로 수년 동안 회사 성장을 진두지휘하겠다고 나섰다.
델 회장은 이번 중국 초저가 신제품 발표회에서 PC 판매를 맡고 있는 서비스 사업부를 발전시키기 위해 인수·합병(M&A)을 고려하고 있다는 계획도 밝혔다.
델의 서비스 사업부는 판매 외에도 컴퓨터 네트워크 설치,고객 지원 등을 담당하며 연 매출 60억달러를 올리고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