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외국어고를 보내면 좋은 대학 가기 힘들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잖아.그 바람에 아들놈을 일반고등학교에 보냈는데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어.뚜껑을 열어 보니 외고가 대입에서 오히려 유리하잖아.정부가 외고를 잡겠다는 말 이제 더 이상 안 믿어.교원평가 잘해서 일반고 수준이나 높이라고 해."

외국어고 등 특목고가 사교육비 급증의 원인이라며 입시 중심의 교육과정을 고집하는 특목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교육인적자원부의 방침이 보도된 21일 고등학생 자녀를 뒀다는 한 학부모가 기자를 붙잡고 한 한탄이다.

교육부가 강력한 특목고 견제책을 발표하면 관련 사교육 시장이 위축되고 학부모들의 특목고 열풍도 수그러드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교육부 발표 이후 학원가와 학부모의 반응은 냉담했다.

아예 이번 발표를 '대외 선전용'으로 치부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국민들이 교육부를 '양치기 소년'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교육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이처럼 땅에 떨어진 것은 2008학년도 대입제도를 내신 중심으로 바꿔 특목고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당초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등 특목고와 관련한 정책이 현실과 거꾸로 가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외고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시·도교육청과 대학들이 교육부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은 것도 한 요인이다.

대학이나 시·도교육청이 교육부의 특목고 정책에 대해 비협조적인 것은 정책이 교육 소비자인 국민들의 욕구와 따로 놀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사교육실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초등학생을 둔 학부모의 30%가 자녀의 특목고 진학을 희망한다고 한다.

하지만 전체 2000여개 고등학교 중 특목고와 과학고는 50개도 안 된다.

더 나은 교육을 시키고자 하는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없으니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정부의 엄포로 평준화 제도의 결점을 감추다 보면 상황은 점점 나빠질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수준 높은 공교육 기관이 늘어나는 것이지 특목고 교육과정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는 것을 교육부가 알았으면 한다.

송형석 사회부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