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 스님은 기도 중이다.

1000일을 목표로 기도를 시작한 지 21일로 107일째.1000일 기도를 하는 동안 바깥 출입을 일절 하지 않겠다고 한다.

중병을 앓지 않는 한 병원에도, 외부 행사나 모임에도 가지 않고 오로지 수행과 포교 등 절 살림에만 전념한다는 것.주지 임기(4년)의 대부분을 절 안에서만 보낼 작정이다.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 삼성동의 천년고찰인 봉은사 주지를 맡은 명진 스님(57)이 주인공.선방 수좌 출신인 그는 부임하자마자 '선종 수사찰(禪宗 首寺刹·선종의 으뜸 사찰)'의 명성에 걸맞은 전통사찰 복원을 선언했다.

봉은사를 한국불교의 대표 도량으로 만들기 위해 3년간 바깥 출입을 삼간 채 수행정진하며 중창불사를 추진하겠다는 것.매일 세 차례에 걸쳐 1000배를 하면서 기도하는 것은 이를 위한 발원이다.

봉은사 중장기 발전계획의 뼈대는 지상 공간의 전통가람 양식 회복과 지하공간의 활용이다.

도시공원으로 묶여 신축이 불가능한 탓에 기형적 모습을 하고 있는 지상공간을 전통 양식에 맞게 확충·정비하겠다는 것.현재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는 대규모 공터의 지하에 5층 공간을 마련해 주차장은 물론 5000명 이상 들어갈 수 있는 대형 법당과 문화센터,전통문화공연장·체험관 등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세계적 예술가인 작곡가 윤이상,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의 추모 공간도 건립할 예정이다.

지상에는 전문가의 고증을 거쳐 옛 전각들을 복원하고 소나무숲과 산책로 등을 조성해 시민들의 휴식처로 제공할 예정이다.

또 시민을 위한 참선센터를 건립해 '직장인과 함께하는 수요야간법회',인근 테헤란로와 무역센터 등에서 일하는 기업인을 위한 'CEO와 함께하는 새벽명상 프로그램',외국인 전용 템플스테이 등을 통해 도심포교의 중심지 역할도 해낸다는 계획.중국 옌볜의 수월선사 추모사찰 건립도 추진 중이다.

명진 스님은 "처음엔 갸우뚱하던 신자들도 이제는 적극적인 동참의사를 밝히고 있고,200여명에 불과하던 일요법회 참가자가 1000명 선으로 늘었다"면서 "스님과 신자들은 물론 각계의 지혜와 힘을 모아 3~5년 안에 봉은사의 옛모습을 되찾겠다"고 밝혔다.

서기 794년 창건된 봉은사는 조선시대에 선종 수사찰로 지정돼 조선불교 중흥의 산실 역할을 했던 곳으로 현재 신자는 10만명가량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