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수적인 투자자로 꼽히는 학교 재단들이 주식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들 학교 재단은 운용자금 규모가 5조원대에 달해 주식 투자가 본격화될 경우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그동안 예금과 채권 등에 주로 투자하던 학교 재단들이 지난해부터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우량주를 중심으로 주식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주식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랠리를 이어가는 반면 예금과 채권 금리는 낮아져 투자수익률이 떨어지자 주식을 포트폴리오에 편입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증권업협회 조사 결과 국내 사학 재단 운용 자금은 4조6500억원(2006년 기준)으로 이 가운데 3000억원가량이 유가증권 시장에 투자됐다.

가장 투자가 활발한 곳은 서울대학교와 연세대학교로 지난해 동아제약과 한진해운 지분을 사들였다.

이들 대학은 주식 투자에 비교적 일찍 나서 이미 유한양행과 삼성전자 LG생활건강 등을 나눠 보유하고 있다.

또 청강대학은 지난해 SK텔레콤 지분을 매입했으며 포스텍(옛 포항공대)은 하나금융 지분을,인하대학교는 KT 주식을 갖고 있다.

학교 재단의 주식투자 열기는 대학뿐만이 아니다.

보문고교 재단인 보문학숙이 지난해 기아차 지분을 사들이고 동북초등학교는 SK㈜ 지분을 매입하는 등 초·중·고교도 주식 시장에 뛰어드는 추세다.

학교 재단들이 증시에 입성하면서 증권업계에서도 학교 자금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일임형 랩어카운트를 통한 대학자금 유치와 공사채형 전용펀드 판매를 추진 중이다.

증권업협회 관계자는 "현재 국립 대학은 주식 투자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이지만 투자에 제한이 있는 사립 대학은 아직까지 대부분 주식형 펀드를 일부 편입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미국의 경우 사립 대학 전체 자산 중 주식 비중이 45%에 이르는 점에 비춰볼 때 국내 대학들도 주식 투자가 본격화되면 파급 효과를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증권업협회는 사학진흥재단과 주식투자 펀드를 만들기 위한 협의를 벌이고 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