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군인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선 다를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웃음)"
한·불 양국 간 방산협력을 위해 16~18일 방한한 프랑스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인 미셸 알리오-마리씨(61·사진).2002년 국방장관직에 올라 5년간 30만명의 프랑스군을 지휘해온 그는 여성 국방장관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어떤 일을 맡아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가 문제이지 성 자체가 장벽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순방의 일환으로 한국을 찾은 알리오-마리 장관은 방한 일정의 상당부분을 한·불 양국 간 국방협력시스템 구축에 할애했다.
무엇보다 방산협력에 적극적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양국 방산협력은 단순 무기판매와 구매에 그쳤다"며 "앞으로 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프랑스는 무기 공동연구·개발 및 제3국 수출방안을 한국 측에 제의했다.
알리오-마리 장관은 "기동헬기와 잠수함이 첫 번째 대상이 될 것"이라며 "잠수함의 레이더와 통신체계 부문을 협력 가능한 분야로 지정해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단계로 헬기와 잠수함 기술을 이전하고 2단계로는 양국이 이를 공동연구하며 마지막 단계에서는 어디서,누구와 제작할 것인지를 결정할 것"이라면서 "제3국 판매와 관련해서는 양국이 별도의 협정을 체결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제의에 대해 김장수 국방장관은 "어느 분야가 적절한지를 관련 부서와 논의해 볼 것"이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고 그는 전했다.
또 두 나라 젊은 장교들의 교환교육 확대 방안을 비롯한 군 의무체계 협력 방안도 제안했다.
알리오-마리 장관은 "프랑스는 생화학무기에 대응한 백신 관련 앞선 기술을 갖고 있는 등 선진 군보건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 분야에서도 한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프랑스 국방개혁을 모델로 한 한국의 국방개혁2020에 대해 그는 "국방개혁의 핵심은 역시 예산"이라며 "엄청난 예산을 지불해야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설득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의 대처'로 잘 알려진 알리오-마리 장관은 럭비를 열광적으로 좋아하고,1993∼95년 청소년 체육부 장관을 지낼 당시 고공 2000m 높이에서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렸을 정도로 당차다.
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