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에 명문규정이 없더라도 입법 취지를 감안해 적극적인 판결을 내리는가 하면 2심 판결을 뒤집는 파기환송도 다반사다.
때문에 후배 판사들 사이에선 "소신 있다"는 평가와 함께 "대법관 중 유일한 검사 출신이다 보니 다양한 법의 이념 가운데 '정의'쪽에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안 대법관이 주심을 맡은 대법원 3부는 여자 초등학생을 성폭행하려다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말에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된 학원버스 운전사 A씨(37)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미성년자를 성폭행하려다 실패한 피의자를 처벌하는 조항이 형법에는 따로 없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경우에도 일반 성폭행 미수죄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는 판결을 처음 내렸다.
앞서 지난 15일에는 타이거풀스 주식을 시세보다 비싼 주당 3만5000원에 매입하도록 계열사 등에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유상부 전 포스코 회장 등에게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또 지난 2월에는 "어린이와의 성적 접촉에 집착하는 '로리타증후군(소아기호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어린이 연쇄 성폭행범의 형량을 낮춰준 것은 잘못"이라며 1심 무기징역형을 15년형으로 낮춘 항소심을 파기환송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은 "단순히 튀는 판결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안 대법관이 재판 경험이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중요 사건에 대해 법리에 충실한 깊이 있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연구관은 "검찰 출신의 경우 연구관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 안 대법관은 판결문에 평소 소신을 많이 반영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