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암동에 사는 퇴직공무원 김모씨(58)는 전립선암 판정을 받아 수술을 앞두고 있었다.

종합병원의 의료진이 로봇 수술을 받아보는 게 어떠냐고 권유했다.

아무리 로봇의 성능이 좋다하더라도 생명을 기계에 맡기는 게 꺼림칙했다.

하지만 기존 수술로는 복부에 20cm 길이의 흉터가 남고 수술 후 요실금과 발기장애가 유발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로봇 수술을 선택했다.

로봇 수술을 받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수술 후 흉터를 최소화하고 후유증도 줄여주기 때문이다.

연세대 신촌 세브란스병원은 2005년 7월 수술로봇 '다빈치'를 도입한 이후 지난 15일 현재까지 291건의 로봇 수술을 처리했다.

전립선암의 경우 기존 수술은 200만원의 본인 부담금이 들지만 로봇 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7.5배인 1500만원이 든다.

나군호 연세대 의대 비뇨기과 교수는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로봇 수술비가 비싸다고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즉 초기(1∼2기) 전립선암의 경우 로봇 수술은 아주 섬세하게 암 부위만을 도려내기 때문에 지금껏 암이 재발된 적이 한 건도 없었고 이 때문에 방사선과 항암제로 재차 치료하는 고통과 추가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로봇이 사람보다 10배 넓은 시야를 확보하고 더 정교한 손동작을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기존 전립선암 절제수술로는 수술 3개월 후 69∼86%가 발기부전,50%가 배뇨장애 등의 후유증을 보이지만 로봇 수술로는 각각 50%,10%로 낮아진다.

출혈량도 기존 수술은 900㏄이나 로봇 수술은 그 6분의 1수준인 150㏄에 불과,수술 도중 수혈할 필요가 없고 회복이 빠르다.

로봇 수술의 흉터는 복부의 주름에 가려 수개월만 지나면 거의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줄어든다.

보통 6~8개의 로봇팔이 들어갈 정도만 구멍을 뚫기 때문이다.

현재 연세의료원에서 로봇 수술을 수련한 의사는 22명. 불과 1년반만에 대가족이 됐다. 로봇 수술이 적용되는 영역도 대장암·폐암·식도암·위암·자궁암·간암과 심장판막·중격질환 등으로 넓혀지고 있다.

환자들의 반응도 좋기 때문에 로봇 수술이 전체 수술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수년 내 미국 대형병원처럼 15% 선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