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과의 정식 수교에 시간이 걸린다면 수교 이전에 연락사무소라도 개설하길 희망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것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북한과 미국 간 수교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명길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공사는 13일 6자회담 실무그룹 회의 참석을 위해 베이징으로 떠나기에 앞서 이창주 국제한민족재단 상임의장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런 입장을 밝혔다고 이 의장이 전했다.

김 공사의 이 같은 언급은 "북한은 연락사무소 개설에 부정적이고 곧바로 미국과 외교관계 수립을 원하고 있다"는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그간 발언과는 다른 것이다. 김 공사는 "북·미 간 정식수교는 미국 내 복잡한 절차 등으로 쉽게 성사되기 힘들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우선은 첫 외교단계로서 연락사무소 개설을 원한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만약 이런 입장을 정리했다면 정식 외교절차를 밟아 미국과 국교관계를 맺겠다는 강력한 희망을 드러낸 것으로, 수교 논의가 급진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 공사는 또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만 해결된다면 올 상반기에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담당 차관보의 방북을 포함,북·미 간 관계 개선이 본격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재무부는 14일(현지시간) 돈세탁 등 북한의 불법자금 거래혐의를 받아온 마카오의 BDA 은행에 대한 제재 조치를 이날 오후 1시 발표했다. BDA를 '돈세탁 은행'으로 공식 지정하면서 BDA에 동결 중인 북한 자금은 BDA를 관리 중인 마카오 당국에 일임한다고 밝혔다.

재무부 주변에서는 이 조치로 마카오 당국이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의 북한지점 계좌 등 합법 자금을 비롯해 덜 위험한 계좌로 분류된 800만~1200만달러를 해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정지영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