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에서 과학자들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포스터 세션(Poster Session)'이다. 이 세션은 세계 최고 권위의 미국컴퓨터학회(ACM)에 논문을 보냈으나 정식논문으로 채택되지 못하고 아쉽게 탈락한 2위권 논문을 공개하는 자리다. 정식논문은 ACM 학회지에 6페이지가 실리지만 포스터 세션 논문은 2페이지만 실린다. 포스터 세션 논문은 나중에 내용을 보충해 논문심사를 재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세션장에 사람이 몰린 것은 논문 저자들이 자기 논문 포스터 앞에 서서 둘러보러 온 과학자들과 1 대 1로 논문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기 때문이다. 논문 발표시간이 15분으로 제한돼 있는 정식 세션과 달리 포스터 세션에서는 시간 제한 없이 토론할 수 있다. 논문 발표자들은 다른 과학자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논문 전개 과정에서 부족한 점을 채울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포스터 세션의 논문 저자는 대부분 대학원생이나 젊은 교수다. 아직 학문적으로 무르익지 않은 연령대의 미래 두뇌들이다. 때문에 이곳을 방문하는 노련한 교수들은 이들이 가지고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어가는 행운도 누린다. 이번 포스터 세션에는 42개 논문 포스터가 설치됐다. 논문 저자들은 정식논문으로 선정되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각국 교수나 대학원생들과 토론하는 게 마냥 즐겁다는 표정이었다. 그야말로 국적과 나이를 초월한 학문적 분위기가 넘쳤다.

노키아 연구소에서 일한다는 중국인 양야오진씨(32)는 임베디드 시스템 개발이 더욱 복잡해지는 요즘 어떻게 하면 보다 나은 유저 인터페이스(UI)를 지원할 수 있느냐에 관한 연구논문을 설명했다. 그는 "상하이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뒤 2001년 영국으로 유학갔다가 교수 추천으로 노키아 연구소에서 일하게 됐다"며 "논문을 좀더 보강해 정식논문으로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키아 연구소에서는 연구원들에게 1년 단위로 시간을 주고 연구하고 싶은 주제라면 무엇이든 연구할 수 있게 지원한다"며 "중국에 비해 연구 환경이 더 편안하고 자유롭다"고 들려줬다. 특히 최신 기술 동향을 체감할 수 있는 기회여서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캐서린 프랜시스 호주 멜버른대 학생은 "공식적으로 발표하기에는 약간 부담가는 논문"이라며 "내 논문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얘기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호나우두 메네제즈 미국 플로리다 공과대학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대도시에서 범죄 예방을 위해 효율적으로 경찰 배치를 하는 방법에 관한 논문"이라고 소개한 뒤 "브라질 시아라주 포르탈레자시의 지원을 받아 논문 프로젝트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포스터 세션은 매년 참석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코너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