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은 12일 이사회를 열어 강문석 수석무역 대표의 주주 제안과 함께 별도의 이사 선임안을 오는 29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 상정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동아제약 주총은 양측이 각각 제시한 이사 선임안을 둘러싼 치열한 표 대결 양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날 열린 동아제약 이사회는 지난달 28일 법원이 "동아제약 이사회가 강문석 대표의 주주 제안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함에 따라 개최됐다.

법원 판결로 동아제약이 주총을 개최하기 위해서는 다시 이사회를 열어 강 대표측의 주주 제안을 주총 안건으로 상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아제약은 지난달 22일 열린 이사회에서는 강 대표측의 주주 제안을 거부하면서 3월 말로 임기가 끝나는 강신호 회장과 유충식 부회장의 후임 자리를 공석으로 남겨 두고 김원배 대표이사 사장을 포함한 4명의 이사 체제로 가기로 했었다.

때문에 동아제약이 기존 방침을 뒤집고 이날 별도의 이사 선임안 채택 카드를 빼든 것은 강 대표측에 비해 열세에 있는 지분 구도를 '인물 대결'로 돌파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날 동아제약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자는 식약청장 출신의 김정숙 안동대 교수와 서울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하광호 변호사 등 명망가들로 채워져 있다.

한편 강 회장 부자의 이 같은 움직임과는 별도로 당초 단순 투자를 표방했던 한미약품은 동아제약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이 지난 9일 강 회장을 만나 오는 주총에서 강 회장의 손을 들어 주는 것을 조건으로 두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 300억원어치를 맞교환하자고 제의한 것.300억원어치는 동아제약 지분 4%,한미약품 지분 2.8%에 해당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사주 맞교환이 이뤄질 경우 한미약품의 동아제약 지분은 10.27%(기존 지분 6.27%+자사주 교환분 4%)로 상승,한미약품은 동아제약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동아제약은 그러나 한미의 제안을 거부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한미의 제의는 동아제약의 경영권을 인수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어 결코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동아제약의 경영권에 관심이 있으면 주총 표대결을 통해 주주들의 의사를 묻는 게 정석"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에서는 한미약품이 동아제약을 적대적으로 M&A하기 위한 물밑 작업을 본격화함에 따라 동아제약의 경영권 문제가 3월 주총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