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금융회사의 한국법인 대표 자리가 '영전 코스'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자산운용 업계의 경우 한국 시장을 거친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들이 아시아 미국 등 지역 총괄 대표로 발탁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해외 펀드 열풍으로 한국에서 외국계 운용사의 성적표가 눈에 띄게 좋아진 덕분이다.

일부 외국계 운용사는 본사에 한국 등 신흥 시장을 전담하는 임원직을 신설하는 등 한국 시장에 대한 대접도 달라졌다.



◆한국법인 출신 승승장구

12일 자산운용 업계에 따르면 농협CA투신운용의 필립 바체비치 공동 대표는 최근 CAM(크레디아그리콜자산운용) 미국법인 대표로 내정됐다.

4월부터 미국 시카고로 옮겨 CAM의 북미 업무를 총괄한다.

농협CA 관계자는 "지난 4년간 바체비치 대표가 한국에서 CAM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아 미국 대표로 발탁됐다"고 설명했다.

2005년 프랭클린템플턴운용 한국법인 대표로 취임한 마크 브라우닝 사장도 템플턴인터내셔널의 아시아지역 총괄 임원으로 승진한 데 이어 다음 달부터 싱가포르법인 공동 대표로 이동해 아시아 지역을 관장할 예정이다.

피델리티자산운용 한국법인의 에반 헤일 사장은 최근 아시아 총괄(일본 제외) 대표로 발탁돼 홍콩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그는 현재 홍콩을 비롯 한국 중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지역 자산운용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헤일 사장의 승진은 2002년 피델리티 한국사무소장으로 부임한 이래 그가 보여준 업적을 본사에서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피델리티펀드 판매 규모는 2005년 3월 말 8367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 1월 말 현재 8조2047억원으로 2년이 채 안 돼 무려 7조4000억원가량 늘었다.

피델리티 관계자는 "피델리티 본사에서는 헤일 사장이 한국 시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다른 아시아 지역에서도 발휘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진재욱 UBS 아시아 증권영업 총괄 대표와 이원종 UBS 증권영업부문 아시아 대표 역시 서울 지점에서의 성과를 인정받아 승진한 경우다.


◆비중 커진 한국 시장

BNP파리바운용의 프랑스 본사에는 최근 신흥 시장을 담당하는 '뉴마켓 CIO(최고투자책임자)' 자리가 새로 생겼다.

신한BNP파리바 관계자는 "한국의 펀드 시장이 급성장하자 본사에서 신흥 시장을 전담하는 CIO 직을 신설했다"며 "한국 시장은 뉴마켓 CIO의 가장 중요한 업무 분야"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한국법인을 설립한 ING자산운용은 KB자산운용 부사장 및 한국ING생명 부사장을 지낸 '한국통'인 행크 더 브라우너 사장이 사령탑을 맡고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해외 펀드 수요가 급증하자 외국계 운용사들이 한국 투자자들의 성향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고 인력을 충원하는 등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 운용사들이 설정한 해외 펀드(역외 펀드) 설정액은 지난 1월 말 현재 13조5571억원으로 최근 1년 새 7조원 정도 늘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