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 떠도는 95%의 공간을 잡아라

인터넷 검색의 황제 구글은 작년 157억달러로 추산되는 미국 온라인 광고 시장의 4분의 1을 독식했다.

그러나 네티즌은 인터넷 이용 시간의 5%만을 검색에 사용하고 나머지 95%는 다른 인터넷 공간을 떠돌아 다닌다.

따라서 광고주들에게 이 95%의 시간은 너무나 소중하다.

이런 성향을 보이는 인터넷 이용자들의 시선을 잡기 위한 '웹 2.0 광고'가 온라인 광고의 새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고 경영 전문 잡지 비즈니스2.0 최신호(3월호)가 보도했다.

웹 2.0 광고는 기존 배너 광고와 달리 광고 수용자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평가하고,각종 데이터를 모아 가장 효과가 높은 사이트나 정확한 타깃 고객에게 광고를 전달하는 새로운 기법을 말한다.

IBM이나 아메리칸익스프레스 같은 대기업의 광고를 대행하는 오길비사는 '크리에이티브 옵티마이저스'(creative optimizers·창의적 최적화 도구)로 불리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 소프트웨어는 매시간 5000~1만번의 연산을 수행하면서 각 인터넷 사이트에 설치돼 있는 수십, 수천개의 배너 광고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언제, 얼마나 자주, 어떤 사이트에 광고를 노출시켜야 하는지를 결정한다.

일례로 빨간색 배너 광고가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바탕색을 파란색으로 바꿔주고,특정 사이트에서 배너 광고가 성과를 내지 못하면 자동으로 해당 배너를 삭제한다.

어떤 광고는 효과를 보는데 어떤 광고는 왜 효과를 보지 못하는지 원인도 분석한다.

오길비의 칼라 헨드라 공동대표는 "옵티마이저스를 사용한 광고는 기존 배너보다 15~30% 높은 성과를 낸다"고 말했다.

야후는 여기서 더 나아가 소비자들의 행동을 분석해 맞춤형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야후에는 월 1억3100만명이 방문하며 미국 의회 도서관 보유 장서와 맞먹는 12테라바이트의 사용자 관련 정보가 흘러들어 온다.

특히 야후는 검색엔진을 이용하거나 야후 내 사이트를 방문한 정보를 가공·편집해 고객이 관심을 갖는 분야를 파악한 후 이와 관련한 광고를 전달하는 방법으로 광고 효과를 높이고 있다.

야후는 이트레이드가 인수한 온라인 증권사 해리스 다이렉트와 함께 실험을 실시했는데 인터넷 사이트에서 해리스의 광고를 본 고객들은 이후 3주 안에 '온라인 증권사'라는 검색을 하는 경우가 광고에 노출되지 않은 사람보다 160% 높았다.

또 검색 결과 해리스의 사이트가 뜨자 이곳을 클릭하는 고객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야후는 이런 실험 결과를 토대로 광고주들을 설득했다.

야후는 특히 사이트 내 광고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단순하게 판매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의 행동을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타깃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일례로 야후의 자동차 사이트인 '야후 오토'에서 연료 효율이 높은 차량을 검색하고 이후 대체연료를 찾은 고객에게 하이브리드 자동차 광고를 내보내는 방식으로 광고를 운영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이와 유사한 방법의 광고를 일부 시작했다.

아메리카온라인(AOL)도 매달 1억1100만명의 방문자 데이터를 분석해 부동산 관련 광고를 시작하는 등 주요 인터넷 업체 사이에서 소비자의 행동에 기반한 웹 2.0 광고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구글은 이런 광고를 하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한 행동 데이터를 이용한다는 것에 대한 반발을 우려한 때문이다.

대신 구글은 리서치 회사에서 수집한 고객 자료를 토대로 새로운 광고 수익 모델을 찾아낸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웹 2.0 광고가 검색광고와는 전혀 다른 분야이기 때문에 업계의 판도를 바꿀 만한 폭발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